[이야기가 있는 미술] 현대인의 고뇌 위에 희망을 색칠하다

'일생평안-수지침'

'하쿠나마타타-왕의 귀환'

'하쿠나마타타'는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잘 될 겁니다"라는 뜻이다. 2007년 금강산의 사계를 그린 '만화방창'전을 열었던 화가 사석원(50)은 전시가 끝난 후 아프리카로 훌쩍 떠났고 그곳에서 얻은 고뇌와 치유의 깨달음을 3년만의 개인전에서 '하쿠나마타타'라는 제목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서울 평창동과 부산의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선보이는 그의 그림은, 온갖 고민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화가가 해 줄 수 있는 위로'인 셈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사석원은 7살까지 말을 못했다. 늦게 말문을 튼 아이는 재잘거리기 보다는 붓질을 더 즐겼다. 자라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분방한 붓질과 해학적인 동물그림은 그의 '필살기'가 됐다. 1984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을 받은 뒤 80년대 말부터는 서양물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색에 대한 열망이었고, 들이붓듯 찍어 바른 현란하고 과감한 색채는 생명력으로 충만해 기분까지 들뜨게 한다. 미술시장에서는 작품가ㆍ상승세 등이 10위권을 벗어나지 않는 인기 작가다. 허나 그런 그도 '고뇌하는 인간'이었고 아프리카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인간의 고뇌와 달리 아프리카의 동물들은 '생존을 위한 고뇌'를 하더군요. 그러다 우리 땅에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떠올렸지요." 그는 칠판을 들고 외국인 노동자를 찾아가 하고 싶은 말을 적게 했다. 어머니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혹은 자기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주된 내용이었다. 사석원은 코팅한 칠판글씨 위에 낙천적인 아프리카의 풍경을 그려 작품을 완성했다. 지혜를 보는 큰 눈의 부엉이, '두려워 말라'는 뜻의 수인(手印), 호랑이 탈을 쓴 사슴도 그렸다. 일련의 작업과정에는 마음의 병에 대한 치유, 희망의 메시지가 담겼다. 참고로, 칠판시리즈는 이번 개인전에서만 선보이는 '한정판'이다. 한편 이번에는 그림이 아닌 '설치작품'도 선보였다. 15년의 제작기간을 거친 '화가가 되고 싶은 거북이'는 석고 형상 위에 물감을 끼얹고 쓰던 붓과 물감튜브 등을 꽂아 만들었다. "사하라사막에서 모래에 배를 끌며 사막을 건너는 거북이를 봤는데, 문득 화가의 숙명이 느껴졌어요. 화가로 살아남는 것도 사막거북이처럼 만만치 않게 힘들죠.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끝없는 고뇌가 뒤따르고요." 전시는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26일, 가나아트부산에서 24일 개막해 4월18일까지 열린다. (02)720-1020, (051)744-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