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金正日총비서-鄭周永 명예회장 면담, 의미와 전망

金大中 대통령이 남북경제협력에 내건 정경분리원칙에 대해 북한 金正日 당 총비서겸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과연 `김정일式 정경분리'로 화답한 것일까. 30일 북한 최고지도자 金正日 총비서가 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만난 배경에 북한 특유의 속셈과 고민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金총비서는 지난 9월 5일 제10기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로 `조문통치'를 마감,국가체제의 정상 가동에 들어감으로써 명실상부하게 북한 최고지도자가 됐다. 그는 대남관계에서 남한 당국을 철저히 배제하는 가운데 변화된 남한 대북정책의 틈새를 오히려 파고들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누리겠다는 포석을 두고 있다. 북한 출신의 성공한 남한 기업인 鄭 명예회장으로 대표되는 현대그룹이 추진하는 금강산관광사업을 매개로 통일이라는 명분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관광수입과 종합개발사업을 통해 달러를 확보함으로써 화급한 경제난을 극복하자는 의도를읽을 수 있다. 외부인사와 공개 접견을 꺼리는 金총비서가 `민간급에서 진행되는 금강산관광사업과 여러 분야의 경제협력사업이 잘 되도록' 이례적으로 鄭 명예회장을 만나준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는 풀이다. 이번 만남으로 현대측은 金총비서로부터 상당한 선물을 약속받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는 지난 6월 鄭 명예회장 1차방북 이후 잠수함 사건 등 우여곡절 끝에 금강산관광 유람선 사업 추진에 종지부를 찍는 한편 9억달러 규모의 금강산종합개발사업권을 따내는 성과가 포함돼 있다. 또 북한 최고지도자의 `보증'을 통해 금강산관광관련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함은 물론 서해안공단 조성 및 자동차조립공장 건설 등각종 대북경협사업의 본격 추진도 들어 있을 것이다. 그 선물 보따리는 故김일성주석이 金宇中 대우그룹회장에게 허용한 남포공단보다 훨씬 더 큰 규모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예상이다. 그래야만 국내의 다른 대기업에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金총비서와 鄭 명예회장의 만남은 일종의 대외과시용 성격을 갖고 있다. 김정일시대의 새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북측과 국내 대기업 가운데 대북경협사업으로 IMF상황 속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려는 현대측의 계산이 맞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남북간 교류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게다가 일방적이지만 정기적인 직접왕래를 최초로 실현시킨 것은 남북경협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선례로 작용할 것으로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에서 주장하는 민간급 남북경협에 대한 의지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기에는 아직 이르다. 또 남북관계의 현실을 앞서가는 현대측의 대북사업 추진 속도는 일부 보수층의 반대 여론을 자아낼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한 대북경제전문가는 " 김정일체제가 현대를 통해 시험 케이스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진정한 정경분리원칙과 시장원리 실현을 좀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黃河守 교류협력국장은 "공고한 바탕 위에서 금강산관광사업을 추진하는 의미는 있으나 남북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대해석하기는 다소 성급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金正日-鄭周永 양인의 만남이 남북관계의 해빙에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미국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미의회 보수파들의 반대 분위기가 드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 당국의 동상이몽이 과연 어떤 그림으로 나타날지는 더 지켜봐 야 것 같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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