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TV인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을 둘러싼 국내기업과 일본기업간의 잇단 기술분쟁은 신기술에 대한 쟁탈전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얼마 전 일본의 수입금지조치로 까지 비화됐던 삼성SDI에 대한 일본 후지츠의 특허소송에 이어 이번에는 LG전자를 상대로 일본 마쓰시타가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차세대 TV를 둘러싼 한ㆍ일간 기술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LG전자가 PDP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기술특허 2건을 무단 사용해 1년 전부터 특허사용료에 대해 협상을 해 왔으나 사용료지불에 응하지 않아 제소하게 됐다’는 게 마쓰시타측의 주장이다. 마쓰시타는 이 같은 주장을 근거로 도쿄지방법원에 LG전자의 PDP패널 판매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한편 LG전자제품에 대한 수입중지 신청도 내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마쓰시타가 그동안 두 회사 사이에 벌인 크로스 라이센스 협상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특허료를 더 받아내기 위해 수입금지 신청을 낸 것’이라며 맞 소송과 함께 마쓰시타 제품의 수입금지신청ㆍWTO제소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양 사가 이해관계의 조정해 법적 다툼으로 간 이상 기술에 따른 권리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번 삼성SDI와 마쓰시타의 분쟁이 서로 가지고 있는 기술을 교환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 선례가 있어 법적 다툼을 중단하고 타협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왜 한ㆍ일 대기업간에 극단적인 기술분쟁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가 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기술에 걸린 이해관계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PDP모듈의 경우 지난해 전세계 시장규모는 23억달러에 달했고 오는 2007년에는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써 그동안 일본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던 제품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기술개발을 통해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자 시장 상실에 대한 위협을 느낀 일본 기업들이 특허기술을 앞세워 한국 기업들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겉으로는 기술료 문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PDP에 대한 한국 기업의 급속한 추격에 따른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잘 보여준다. 아울러 기술과 싸우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절감하게 하는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