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에 초점 균형재정 복귀의지국채발행 규모 3조원 축소..稅收로 충당
내년 예산안은 늘어난 세수를 국채발행 감축에 대거 충담함으로써 건전재정으로의 조기 복귀에 역점을 두고 편성됐다.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 장관은 내년 예산의 키워드를 「균형재정 조기 회복」과 「미래 대비 투자확대, 생산적 복지구현」으로 요약했다. 외환위기 이후 증가해온 경기부양과 실업 관련 예산을 적정 수준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비용 등의 소비성 지출확대로 사회간접자본(SOC) 등 투자성 지출이 늘지 못해 내년 이후 경기침체 발생시 대응능력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가불안과 대우차 매각 지연이 가져올 경제적 파장과 거시경제의 변화요인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어 국회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긴축기조 유지=기본적으로 긴축기조를 유지한다는 게 예산운용의 원칙이다. 예산 증가율 6.3%는 경상성장률 예상치 8.5%보다 2.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국채발행도 3조원(올해 예상 11조원)으로 축소된다.
긴축기조 속에서도 복지와 교육 분야에 대한 투자는 대폭 늘어난다. 대신 위기극복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늘어났던 지원은 축소하거나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생산적 복지확대 차원에서 복지예산이 늘어났지만 한번 편성되면 감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예산편성의 경직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긴축과 선심성 예산의 복합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보화·복지예산 크게 증대=과학기술·정보화·복지예산이 크게 늘어났다. 정보화 예산에 올해보다 15% 늘어난 1조4,000억원, 과학기술 분야에 16% 증액된 4조1,000억원, 교육에 19.2% 늘어난 23조5,000억원이 각각 지원된다. 사회복지 분야도 기초생활보장법 실시 등에 따라 15% 증가한 8조1,276억원이 배정됐다.
반면 공공근로사업 규모는 올해 1조1,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축소됐고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 출연과 벤처에 대한 직접적 재정지원 등 위기극복 과정에서 크게 증액된 자금지원도 감액됐다. 한시적 자금지원을 포함할 경우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은 올해보다 12.2%나 감소했다.
SOC 투자의 경우에는 증액의 필요성이 인정되면서도 재원부족으로 예산지원 규모가 늘어나지 못했다. 내년 예산은 올해와 거의 같은 수준(0.1% 증가)인 14조968억원으로 예산규모 증가율(6.3%)을 훨씬 밑돌았고 농·어촌에 대한 지원도 올해보다 0.1% 늘어난 9조3,193억원에 그쳤다.
이밖에 공무원의 임금인상(6.7%)으로 인건비가 올해보다 2조6,896억원이 늘어났고 금융구조조정과 관련한 이자는 추가 조성된 40조원에 대한 1조5,000억원을 포함, 총 6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9,000억원이 늘어났다.
◇취약한 경기 대응력=성장과 긴축이라는 두마리 토끼의 조화가 아쉬운 예산편성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복지에 대한 투자가 과연 효율과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종규(朴宗奎)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지향적인 긴축을 위해서는 복지비나 임금 등 가계이전 지출을 줄이고 SOC에 대한 투자를 최대화할 필요가 있는 반면 이번 예산안은 그러한 방향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상황을 낙관할 수 없는 여건에서 이같은 재정운용은 경기침체시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정의 경직성 심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 예산에서는 법개정에 따른 증액 소요가 13조원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재정교부금이 내년부터 내국세의 11.8%에서 13%로, 지방교부금의 교부세율이 13.27%에서 15%로 인상된 데 따른 영향으로 모두 5조5,000억원이 늘어난다.
기초생활보장법이나 공무원 임금인상 등으로도 4조원 정도가 더 들어간다. 기초생활보장법 관련 소득공제를 실시할 경우 경직성 비용은 더욱 커지게 된다. 여기에 국채와 공적자금 이자비용까지를 감안한다면 앞으로 재정의 신축적인 운용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최윤석기자YOEP@SED.CO.KR
입력시간 2000/09/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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