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10월22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조세개혁법(Tax Reform Act of 1986)에 서명했다. 골자는 감세와 과표구간 단순화. 부유층에 대한 소득세를 평균 44% 내렸다. 미국 부유층에 대한 소득세율은 이로써 1981년 93%에서 50%로 내려간 데 이어 28%로 떨어졌다. 레이건 행정부의 명분은 경기 활성화. 감세가 부자들의 가처분소득을 증대시켜 소비확대→생산증가→투자 활성화→고용증대→고성장→세수기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임기 내내 감세를 밀어붙인 레이건의 경제정책은 성공했을까.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평가를 들어보자. ‘미국 중산층의 붕괴는 경제발전에 따른 장기적 결과가 아니라 레이건 이후 감세정책 탓이다.’ 크루그먼은 작금의 세계 경제위기의 원인도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에서 찾는다. 굳이 크루그먼을 인용하지 않아도 통계가 감세의 실패를 말해준다. 레이건 집권시 9,302억달러였던 국가채무가 1989년에는 3조달러선에 근접했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적자 구조도 이때부터 고착됐다. 미국의 국가채무는 10조247억달러에 이른다. 문제는 예전의 미국이 아니라 오늘의 한국이다. 실용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이 경제 활성화에 효과가 없다는 판정을 받은 부유층을 위한 감세에 있다. 뿐만 아니다. 대규모 재정지출까지 병행하고 있다. ‘감세와 작은 정부’에서 ‘감세와 큰 정부’라는 상충된 정책의 말로는 미국의 사례가 대신 말해준다. 후세대는 우리가 남긴 ‘재정적자 폭탄’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부모로서 자식들에게는 보다 나은 사회를 물려주고 싶은데 빚만 잔뜩 넘기게 생겼다. 두렵고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