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7월 24일] '묻지마 범죄' 원인은 사회적 소외감

지난 22일 한국과 일본에서 30대 남성이 ‘묻지마 살인’을 저질러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동해시 민원실에 근무하는 여성 공무원이 목숨을 잃었고 일본에서는 도쿄도 하치오지역 구내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여대생이 날벼락을 맞았다. 성실하게 일하던 여성이 변을 당한 점이 공통점이다. 일본에나 있는 것으로 여겨왔던 이러한 범죄가 한국에서도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리네 삶을 새삼 뒤돌아보게 된다.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묻지마 범죄’는 ‘도리 마(通り魔)’라고 해서 1980년대 초부터 일본에서 자주 발생했다. 1981년 6월 주부와 아이 등 7명이 도리 마에게 목숨을 잃었고 가깝게는 6월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에서 7명이 죽고 12명이 부상당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톱니바퀴 맞물리듯 여유 없이 살아가는 삶에 대한 반성이 일본에서 일기도 했으나 이를 비웃듯 묻지마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범행을 한 두 범인이 “세상이 싫다” “무시당해서, 세상에 큰 일을 하면 나를 봐줄 것 같아서”라고 밝힌 범행동기에서도 묻지마 범죄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사회의 무관심 등에 대한 원망이나 상실감이 범행의 뒤를 받치고 있다. 특히 인터넷 발달로 인간관계가 줄어드는 등 삶이 삭막해지고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이러한 범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묻지마 살인은 개인의 성격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예방이 어렵지만 공동체의 끈끈한 누대, 즉 상부상조의 네트워크를 재정비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공동체의 끈끈함이 사라지고 부모의 지나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상실감에 빠진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를 감싸고 이해하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예방의 첩경이다. 6월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발생한 범행의 원인이 부모의 지나친 기대감에 따른 압박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범죄 가능성이 있는 전과자의 철저한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동해시 사건의 범인이 2년 전에도 방화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사회적 공동체를 통해 소외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묻지마 범죄를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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