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빅5를 비롯한 고가 우량주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1~2만원대의 저가 대형주의 주가가 탄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7일 주식시장에서 1만원대인 LG반도체는 상한가까지 치솟아 약세나 소폭 오르는데 그친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다른 반도체 관련주를 압도했다.최근 며칠동안 반도체관련주라는 한 묶음으로 등락을 함께 하던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2만원대인 현대상선도 오랜만에 대량거래속에 가격제한폭까지 올랐으며 LG상사, 동양시멘트, 삼성중공업 등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저가 대형주들이 이날 대거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빅5종목은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사들인 한국통신과 한국전력 등 일부 종목만 올라 이전처럼 일제히 상승하며 지수상승을 주도하지는 못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저가대형주들이 모처럼 기지개를 켠 것은 빅5등 고가 대형주의 주가급등으로 가격부담을 느낀 투신 등 기관들이 이들 종목으로 매수세를 확산시킨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빅5을 포함한 고가 우량주에 대한 적정주가 수준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어 고가 우량주는 다소 부담스럽다는게 투신사 펀드매니저들의 판단이다. 그 대신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재료를 보유한 저가 대형주를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가 덜 올라 저평가돼 있다면 더 좋다는 인식이 확산, 1~2만원대 저가 대형주들로의 매기를 부추기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이렇게 소외 대형주로의 매수세가 강화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 전문가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투신사들의 주매수대상은 빅5를 포함한 빅20이고 이들이 펀드에 편입되는 주요 종목을 구성하는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투신 관계자는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해서 고가 우량주를 사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며 『펀드를 구성하는데는 이들 종목들이 필수적인 만큼 잠시 뜸을 들이겠지만 빅5 등 고가 우량주 매수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즉 계속 들어오는 돈 가운데 70~80%는 빅5를 비롯한 고가 우량주에 투자하고 나머지 20~30%를 가지고 실적호전주, 뚜렷한 재료를 가진 종목 등에 분산투자하는 패턴이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고가 우량주가 계속 시장의 중심축을 형성하는 가운데 실적이 나아진 종목, 성장성이 우수한 종목 등으로 차별화되는 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투신운용의 이재영(李宰榮) 펀드매니저는 『1,000포인트 시대를 맞은 앞으로는 기업의 재무구조 등 펀드멘탈에 기초한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차츰 기업들의 실적확인 작업을 거쳐 주가 차별화가 진행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주가수준에 관계없이 실적이 좋아진 종목의 주가는 상승탄력이 붙고 그렇지 않은 종목은 상승대열에서 탈락하는 철저한 옥석가리기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석훈 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