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反외자 정서 뛰어넘어야


최근 외국인 투자와 관련해 의미 있는 세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의 증권거래법 위반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이었다. 이 판결로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됐고 51%의 보유지분 중 41%를 일정 기간 안에 반드시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먹튀 논란과 반(反)외자 정서의 대표적인 외국인 투자 사례가 조만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환경 8위, 투자자보호 79위 두 번째 사건은 미국 의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전격 비준한 것이다. 한미FTA는 단순히 양국 간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수준을 넘어서 양국 간 투자 자유화를 확대하고, 투자자 보호 수준을 높여 경제통합의 파급효과가 아주 크다. 한미FTA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더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이를 통한 외국인 투자 유치 생산 확대,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세계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전세계 기업환경 순위에서 한국이 8위를 기록, 처음으로 세계 10위 안에 들었다는 점이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다음으로 우수했다. 민관 합동으로 기업활동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결과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 항목에서 79위로 낮은 순위를 기록한 데다 순위가 지난 5년 동안 계속 하락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세 가지 사건을 통해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인식과 투자유치 정책에 대한 접근방식을 점검해보자. 론스타 사례는 외환위기 이후 양적 외자유치 확대 정책의 부정적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당시 외자유치 정책의 성과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시 급증한 외국인 투자는 부족한 외환 확보, 대외신인도 회복, 우리 경제의 개방과 선진화에 기여하며 경제위기 극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넘어 이제 우리는 외국인 투자에 대해 균형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외국인 투자는 무조건 유치해야 하는 선(善)도 아니며 그렇다고 우리가 반(反)외자 정서로 배척해야 하는 악(惡)도 아니다. 이러한 인식하에 향후 외국인 투자 정책은 다음 두 가지 접근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가 유치 노력을 크게 하지 않아도 자신들의 이익 추구 논리로 유입되는 외국자본과 관련된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에게 국내 투자자와 동일하게 투명하고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적용하고 예측 가능한 투자환경을 조성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에서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다는 얘기다. 특히 한미FTA가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해결절차를 담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투자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자 보호 노력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둘째, 우리가 적극적으로 유치 노력을 전개하지 않으면 중국ㆍ싱가포르 등 경쟁 국가로 발길을 돌릴 수 있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것이다. 국가 간 유치 경쟁이 치열한 투자 프로젝트는 생산성 증대, 기술이전, 산업구조 개선, 고용 창출, 클러스터 구축 효과 등 질적으로 우수하다. 투자유치도 선택과 집중 필요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국가적 차원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신성장동력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적 외국인 투자자들을 적극 유치하고 최고의 입지ㆍ연관산업, 양질의 인력, 그리고 차별화된 인센티브 등을 제공해 그들이 한국을 자신의 글로벌 거점으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에 일부 부정적 사례가 있다고 해서 정책 우선순위를 뒤로 해서는 안 된다. 국내든 외국 기업이든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환경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하고 한국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적 투자유치 정책을 최우선적인 국가 과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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