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갈수록 치열해지는 환율전쟁 서울G20 성공의 '복병'으로

[글로벌 무대의 중심으로]<br>美, 희토류 문제까지 제기 '부담'


지난 6월 주요20개국(G20) 부산 재무장관회의. 뜨거운 이슈였던 은행세 도입을 놓고 난상토론이 펼쳐졌다. 도입을 찬성하는 유럽과 이에 반대하는 캐나다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은행세 공조는 결국 무산됐다. 총성없는 전쟁터인 G20 회의장에서 손해를 보려는 나라는 없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박수나 치는 행사와 달리 G20은 각국간 경제적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장이라 실무자들은 원색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성명서에 쓰이는 단어 하나를 고치기 위해 각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압박을 가한다"며 "G20 의장국을 맡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치열한 경제 외교전쟁은 알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6월 G20의 핫 이슈가 은행세였다면 이번 정상회의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환율문제다. 이미 지난 6월에 이 문제는 일부 부각됐다. 환율 문제는 6월 은행세 이슈와는 비교도 안 되게 심각해지고 있다. 선진국들이 경기부양과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돈을 풀고 있고 중국은 위안화 절상 압력에 버티기로 나오면서 '환율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은행세 이슈는 도입을 하느냐 안 하느냐를 두고 벌이는 선택의 문제지만 환율 문제는 각국의 무역과 외환보유고, 채권금리 등 시장을 통째로 뒤흔들 수 있는 큰 이슈인 만큼 한 치의 양보도 기대하기 힘들다. 6일 브뤼셀에서 열린 중국ㆍEU 정상회담이 환율 입장차이로 예정시간을 5분 남기고 공동기자회견을 취소한 것은 입장차를 좁히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율문제를 꺼내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조심스러워하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다루는 프레임워크 세션에 글로벌 불균형을 논의하는 자리가 있다"며 "국제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간에 균형을 맞추는 문제가 논의되는데 환율 공방도 이뤄질 것"이라고 현실을 애써 부정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환율 논의를 중재하는 역할을 자임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강대국의 양보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진전된 무언가를 내놓기란 결코 쉽지 않다. 여기에 게리 로크 미국 상무장관이 "곧 있을 G20 정상회의에서 모든 국가가 희토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며 갈등의 소지가 있을 이슈를 꺼내든 것도 부담이다. 환율 문제는 우리 정부로서도 딜레마다. 달러당 1,100원대를 위협받고 있는 마당에 위안화 절상 논의를 다루기에는 우리 코가 석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G20 정상회의의 눈치를 보느라 국내 시장에 외국인과 역외 자금의 대규모 매입을 바라만 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환율전쟁이 치열해지면 자칫 G20의 국제공조 전체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율 문제는 개발의제를 비롯해 IMF 개혁,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금융규제 개선 등 수많은 이슈들을 휩쓸어버릴 파워가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이번 서울 정상회의 때 환율문제로 강대국간 갈등이 불거질 경우 미국은 G20 대신 중국이 빠진 G8로 경제 프리미엄 포럼을 회귀시킬 수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브릭스 국가의 막강파워를 생각했을 때 이들이 빠진 주요국 포럼은 생각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G20의 추진동력을 약화시킬 우려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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