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60세? 우린 칠순까지 일해요" 중견·중소기업 정년파괴 바람

"숙련된 전문성이 회사 경쟁력 높여"

생산직 넘어 엔지니어·사무직까지

퇴직 직원 재입사·연장근무 잇따라

신종록(왼쪽 세번째) STS사업부 ERW팀 반장이 2일 대주중공업 공주 공장에서 동료 직원들과 함께 안전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대주중공업

#1. 신종록(62) 대주중공업 STS사업부 ERW팀 반장은 정년을 넘긴 지 오래지만 생산현장에서 누구보다 많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신 반장은 오랜 경험과 전문성 때문에 후배 직원들에게 '살아 있는 교과서'로 통한다. 신 반장처럼 대주중공업에는 정년을 넘겼지만 여전히 생산현장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60·70대 이상의 직원만 40명에 달해 전체 직원 중 10% 가까이 차지할 정도다. 생산직·관리직 등에 골고루 배치된 이들은 탁월한 전문성과 여전히 현직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정년 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

#2. 황광문(62) 샘표 경영기획팀 부장은 아침마다 출근길이 즐겁다. 샘표 전략기획팀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뒤 정년을 맞았지만 회사 측의 배려로 현재 부서를 옮겨 4년째 연장 근무를 하고 있다. 처우도 정년 전에 받았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황 부장은 "회사를 덤으로 다니게 됐으니 떠나기 전까지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최대한 나눠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최근 들어 국내 산업현장에서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문제가 핫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중견·중소업계에서는 이미 정년 파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정년 파괴에 나선 회사들은 단순한 생산직 근로자뿐 아니라 사무직과 엔지니어까지도 60대 이상 근로자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중소업계에서 정년제도를 폐지하거나 정년 후에도 퇴직한 직원들에게 추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샘표식품은 촉탁제라는 '재입사제도'를 운영하며 정년을 넘어서도 직원들이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생산직과 관리직·연구직 등 직무에 상관없이 정년퇴임 후에 본인이 일할 의사가 있으면 가능하다. 임금은 개개인의 성과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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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부품소재 기업인 화남전자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칠순잔치는 집에서"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전 직원들에게 70세까지는 일하라고 적극 권장하고 있다. 사실상 정년제도가 없는 셈이다. 이러한 '사람 중시 경영'은 회사 경쟁력 향상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한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볼보와 지멘스·GE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거래를 하는 화남전자는 지난 2007년부터 공급한 물량에 대해 단 한 차례도 클레임이나 기술 재점검 의뢰가 들어오지 않았다. 수십 년간 회사에서 몸담고 있는 숙련된 인력 덕분이다.

화남전자 외에도 정년 파괴 흐름에 동참한 기업은 적지 않다. 정년 후 연장근무제도를 도입한 대주중공업을 비롯해 비핸즈카드와 한국OSG·한국도자기·안토니·대원여객 등은 정년을 넘긴 직원들 일부를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이러한 정년 파괴 바람은 일차적으로 직원들의 소득 기반을 마련해줘 복지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하지만 회사의 경쟁력 향상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정태일 한국OSG 회장은 "정년이 된 직원들에게 계속 더 일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어보면 생산직·사무직 가리지 않고 99%가 '그렇다'고 대답할 정도로 일할 의욕을 가진 직원들이 많다"며 "이들을 활용할 경우 회사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후배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사회에 동시에 기여하는 정년 연장제도가 정착하려면 자발적인 정년 연장문화 확산과 지속적인 사내 학습체제 구축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정년 연장에 나서는 것은 청년층의 취업난과도 상충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고령인구 활용도를 높여 여러모로 긍정적"이라며 "이처럼 정년 연장 문제는 외부에서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일본의 성공사례에서 보듯이 기업별로 상황에 맞게 자발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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