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당국 "더 늦추면 내년 전력 비상"… 물리적 충돌 우려

■ 밀양 송전탑 공사 2일 재개<br>30개 마을 중 18곳과만 협의 완료<br>경찰 3000여명 배치 만일 사태 대비

조환익(왼쪽 세번째) 한국전력 사장이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에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에 따른 호소문을 발표한 뒤 임원들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전력 당국이 결국 배수의 진을 치고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ㆍ4호기를 내년 여름 전에 가동하기 위해서는 이달 공사 재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송전탑 지중화 등 주민들과 갈등을 빚던 기술적인 논란도 사실상 종료된 상태다. 당국의 입장은 확고하고 더 물러날 곳이 없다. 이제는 반대 측 주민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얼마나 피할 수 있느냐가 최대 쟁점이 됐다.

◇신고리 3ㆍ4호기 가동 못하면 내년 여름 전력비상=전력 당국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에 새로 준공되는 신규 발전소는 각각 600만kW, 1,000만kW 다. 이 가운데 300만kW를 신고리 원전 3ㆍ4호기가 담당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년에 준공되는 발전소가 대부분 여름 이후 완공되기 때문에 신고리 3ㆍ4호기가 제때 가동되지 못하면 내년 여름 전력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신고리 3ㆍ4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연결하기 위한 밀양 송전탑 공사는 약 8개월이 소요된다. 지금 공사를 시작해도 내년 여름 직전에나 공사가 완료될 수 있는 것이다.


전력 당국 입장에서는 내년 전력사정에 여유가 생기지 않을 경우 전기요금 개편을 비롯한 모든 전력정책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전력수요를 관리하기 위한 부하관리예산도 내년에는 올해보다 대폭 삭감됐다. 또다시 전 국민에게 절전을 읍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는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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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마을 중 18개 마을과는 공감대 이뤄=한전은 현재 밀양 송전탑이 지나는 30개 마을 가운데 18개 마을과 보상 합의 또는 협의를 완료했으며 나머지 12개 마을은 아직 협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전력 당국은 '밀양 송전탑 갈등 해소 특별지원 협의회'를 통해 지역특수보상사업비를 증액하는 새로운 보상안을 발표했다. 이 보상안에 따라 마을주민들에 대한 보상금은 총 185억원으로 늘어났고 이 중 40%인 74억원은 해당 마을 가구들에게 평균 400만원씩 개별적으로 보상된다. 이 보상안에는 마을 숙원사업과 태양광밸리 조성안도 담겨 있다.

이와 별도로 송전탑이 지나는 토지보상을 위한 법적 근거인 '송ㆍ변전 설비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도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한진현 산업부 2차관은 "다음주에 원포인트로 국회를 열어서 (법안 통과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보상과 관련한 모든 안을 던져놓은 상황이다.

◇물리적 충돌 피하기는 어려울 듯…경찰 무려 3,000여명 배치=문제는 공사가 시작됐을 때의 물리적 충돌이다. 앞서 2012년 1월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주민 이치우씨가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진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반대 측 주민 상당수가 고령의 노인들이라 또다시 이런 사고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다시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밀양 송전탑 사태는 건설의 당위성 문제를 떠나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경찰은 무려 3,000여명의 인력을 배치, 만일의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이 밖에 한전 직원 1,000여명과 밀양시청 직원 150여명도 동원된 상태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가급적 현장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든지 해서 (주민들과의) 충돌을 피할 생각"이라며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쉼터를 만드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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