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진정한 웰빙이란

몇년 전 해외출장차 묵었던 프랑스 칸의 한 호텔에서 60대 중반의 지배인을 알게 됐다. 작은 규모의 호텔이라 객실과 수영장을 혼자 관리하며 항상 허드렛일에 분주한 노인이었다. 그는 부슬부슬 비가 오던 날 자정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에서 남은 음식과 스프를 데워주며 삼촌처럼 푸근하게 대해주던 마음 따뜻하고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BMW가 있었다. 우리에게는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고급차였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동네를 오가며 즐기는 작은 음악실이었다. 바흐의 선율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기 때문에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그 노인에게서 느껴졌던 풍요로운 마음의 곳간은 부를 상징하는 고급 자동차 BMW가 아니라 바로 바흐의 음악이 흐르는 작은 음악감상실 BMW인 것처럼 느껴졌다. 진정한 ‘웰빙’ 상품이란 과시적 소비가 아니라 조화롭고 건전한 소비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물건이 아닐까. 그 삶의 질의 수준을 재는 잣대 역시 스스로에 대한 만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웰빙상품은 제품의 표면적 기능보다는 본질적 기능과 의미가 소비자의 만족에 연결될 때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화가인 바실리 칸딘스키는 어느 날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황홀한 그림 앞에서 넋을 잃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신비한 작품은 바로 거꾸로 세워놓은 자신의 그림이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그림 속에 그려진 대상이 선ㆍ색ㆍ형태가 갖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방해하고 있으며 그런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는 주변에서 상품 제작사가 그어놓은 ‘기능’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순수한 본질이 제한받고 있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TV에 나오는 과소비적이고 비현실적인 CF는 상품의 기능을 본질과 더욱 멀어지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가령 홈네트워크 광고는 흔히 전등ㆍ난방기ㆍ세탁기 등을 집 밖에서 모바일 단말기로 제어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그것이 진정 ‘잘사는(웰빙하는)’ 것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전등과 세탁기를 집 밖에서 돌리지 못해 안달이 나 있을까. 조화롭고 건전한 소비를 통해 자기만족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이 ‘웰빙족’이라면 다양한 만족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웰빙상품 제작자의 기본방향이다. 본질에 충실한 컨셉트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웰빙코드’가 각인된 상품이다. /송웅호 웅진코웨이개발 생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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