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특별출연 해마다 1조… 허리 휘는 은행

■ '슈퍼 갑' 보증기관의 횡포<br>"미운 털 안박히려면…" 순익 감소 불이익에도 울며 겨자먹기식 출연


시중은행은 입을 모아 보증기관을 '슈퍼 갑'이라고 칭한다.

보증기관이 시중은행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3~4년에 불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특별출연 협약보증제도가 속속 출범하면서부터 보증기관과 시중은행의 '갑을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당초 보증기관과 시중은행은 일시적으로 경영난에 처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의기투합하며 특별출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아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었던 특별출연이 해를 거듭하며 지속되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매년 특별출연을 명목으로 시중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출연금 규모가 점점 불어났기 때문이다.

신용보증기금은 2009년 특별출연 협약보증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 9월 말까지 시중은행으로부터 총 6,653억원을 출연 받았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역시 중소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2011년부터 '금융기관 출연부 협약보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시중은행의 누적 출연금은 3,370억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시 소재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육성자금'의 경우 시중은행이 출연하는 금액이 매년 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15개 시중은행이 모두 8,000억원의 자금을 출연한 데 이어 올해도 7,500억원을 출연할 예정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 및 경기침체로 순익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불구, (보증기관에) 미운털이 박히지 않으려고 어쩔 수 없이 올해도 특별출연을 계획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보증기관, 보증서 몰아주기 횡포=시중은행이 꼼짝없이 보증기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한 데는 보증기관의 영업행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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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인 영업망이 있는 보증기관은 창구에서 보증서 '몰아주기'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금을 지원 받으려고 보증기관 영업점을 찾은 중소기업에 보증서를 끊어주며 특정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라고 권유해주는 식이다. 문제는 보증기관이 특별출연을 실시하는 은행 위주로 보증서를 몰아주고 있기 때문에 고객 확보 차원에서도 시중은행의 특별출연 참여는 불가피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보증기관에 출연한 특별출연금의 보증 한도가 모두 (대출을 통해) 소진되면 그때부터 보증서를 들고 대출 창구를 찾는 중소기업 고객의 발길이 뚝 끊긴다"며 "타행에 중기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특별출연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속내를 밝혔다.

◇시중은행은 보증기관 곳간(?)…재원 확보 창구로 활용=일각에서는 보증기관이 특별출연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운용하는 중소기업육성자금의 경우 올해부터 시중은행이 보증부 방식으로 출연한 대출금의 가산금리를 최고 1.3%포인트까지 인하했다. 이와 동시에 서울시가 대출 이자 중 일부를 지원해주는 이차보존액은 지난해 560억원에서 올해 490억원으로 10% 이상 삭감됐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부담하는 이차보존액 규모가 매년 커지면서 중소기업육성기금이 지난해 기준 260억원가량 적자가 났다"며 "이차보존율을 조정(축소)하기 위해 은행의 가산금리 부분을 인하했다"고 말했다.

기금에서 발생하는 손실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고스란히 부담을 전가한 셈이다. 시중은행은 가산금리가 급작스럽게 1%포인트 이상까지 줄어들며 역마진까지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부 보증기관인 신보와 기보의 정부 예산이 지난해 삭감된 것을 놓고서도 시중은행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신보(7,000억원)와 기보(3,000억원)의 기금 중 1조원을 전출해 일반회계 등에 편입시켰다. 정부는 2009년 금융위기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신보에 1조9,800억원(본예산+추경예산)을 출연했다. 하지만 당초 정부 예상과 달리 중소기업 부실률이 낮아 신보와 기보에서 약 1조원가량의 초과 여유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보와 기보는 정부 예산 이외에 시중은행이 보증서 대출금 중 0.125%를 출연하는 법정 출연금으로 운영된다. 시중은행은 신보와 기보가 최근 2년간 예산 편성에서 배제되면서 이들 보증기관이 특별출연금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법정출연금 범위 내에서 보증지원 사업을 운영하면 될 것을 무리하게 시중은행의 특별출연금에 기대어 신보와 기보가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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