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둘러싼 기계와 공정에 대해 우리는 어렴풋이 밖에 알지 못한다. 갠트리 크레인(받침 장치가 달린 대형 항만 크레인)과 철광석 비포장 운반선을 알 리 없고, 경제는 일꾼의 숫자로만 받아들이며, 개폐 장치와 밀 저장소의 꼼꼼한 연구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장력이 있는 강철 케이블의 제조 규약을 깊이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런던 가장자리의 부두 끝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까." '여행의 기술' '행복의 건축' 등을 통해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저자 알랭 드 보통이 이번에는 노동의 신성함을 노래한다. 10월 말 늦가을 어느 흐린 일요일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아랑곳 않고 부두에 선 채 항구로 들어오는 거대한 화물선을 보며 감탄을 연발하는 다섯 남자의 모습을 보고 문득 일에 대한 에세이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는 저자는 일의 특수성과 그 속에서 오가는 지성, 그리고 아름다움과 두려움에 포커스를 맞췄다. 광범위한 일터를 글로 풀어내기 위해 그는 창고와 초고층 빌딩, 비스킷 공장, 취업 박람회장 등 노동의 현장에서 인간의 행복과 고뇌를 찾는다. 전작보다 글이 더 사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 대해 저자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다니면서 성실하게 취재를 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보통의 땀내가 물씬 풍기는 일터의 현장감은 추상적인 일터를 포토 르포르타주로 재현해 내면서 입체감을 더했다. 책은 영국의 한 선착장을 시작으로 거대 물류 단지와 영국 최대 비스킷 공장, 인공위성 발사 현장을 건너 원양어선 갑판 위에서 육중한 참치를 다루는 어부의 모습으로 옮기면서 노동이라는 거울에 비춰 삶을 예찬한다. "때로는 즐겁게 혹은 괴롭게 하는 일터가 있는 한 '죽음'을 생각하기 어렵다. 오늘 일터의 하루는 행복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