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악재때마다 '흔들'[흔들리는 한국경제] (4) 취약한 경제구조
흔들리는 한국경제1. 커지는 불안감
2. 힘빠진 성장엔진
3. 금융시스템 마비
4. 취약한 경제구조
5. 허리 휘는 중산층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지만 작은 외부 충격에도 근본부터 뒤흔들리는 구조적 취약성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는 입장이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국제유가 급등, 국제 반도체가격 하락, 포드사의 대우차 인수 포기 등 외부충격이 겹쳐 경제가 크게 흔들리면서 우리 경제의 대외취약성을 여지없이 노출시키고 있다.
고유가 쇼크만 해도 우리 경제가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에 얼마나 취약한 구조인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이 터질 때마다 에너지 절약캠페인을 벌이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지난해 말 배럴당 22달러 수준에서 올들어 세차례나 등락하며 최근 폭등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책은 임기응변적이고 「정치적」이었다.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3월에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정부는 『유가 급등세가 일시적인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국내유가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며 탄력세율 적용을 결정했다. 유가가 오를 때마다 정부는 에너지절약시책 등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제 실천은 지지부진했다.
그 결과 무역협회의 분석에서도 나타나듯이 우리나라는 주요 경쟁국들과 비교했을 때 유가상승에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갖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고유가가 상당기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유가급등에 따라 내년 우리 경제에 경기급랭, 경상수지 적자, 물가상승 등 스태그플레이션 발생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금융시장도 거의 전적으로 외국인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단기외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웬만한 우량기업 지분의 상당부분을 외국인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붙들어주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유인책을 제공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제신인도는 겨우 투자부적격 수준을 갓 넘어선 형편이다. 언제외국인투자가 떠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인 셈이다. 실제 외국인들은 20일 미국 반도체 주식 폭등에 따른 영향으로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9월들어 19일까지 1조67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은 국제 반도체가격 하락에 따라 9월들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현대전자 등 반도체 주식에 대한 매도를 지속, 지난해 10월 이후 올 8월까지 월별 누적기준으로 11개월째 지속하던 순매수 행진을 그치고 순매도로 돌아섰다.
경기가 반도체를 비롯한 몇몇 업종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우리나라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전체 상장사 순익 중 3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반도체 가격이 등락할 때마다 우리의 자본시장과 경제기조가 흔들리는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단기외채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 392억달러이던 단기외채는 7월 말 478억달러로 늘었고 잔존만기 1년 미만의 대외부채를 포함한 유동부채 역시 지난해 말 560억달러에서 700억달러를 넘어섰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7월 「외국인 주식투자 확대에 따른 영향 및 문제점」이란 보고서에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출과 함께 단기차입금 회수, 국내자본의 해외도피(CAPITAL FLIGHT)가 일어날 경우 외환위기 재발가능성을 완전해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더욱이 올해 말로 예정된 자본자유화로 국내자본의 해외도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경제의 기초가 이처럼 취약한데도 경제에 대한 정부의 시각은 안이하고 경제운용 패러다임을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거시지표만 믿고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장기 안목과 구조개선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
입력시간 2000/09/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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