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칠레 FTA비준 동의안 처리가 또다시 연기됨에 따라 정부가 농민단체를 설득하기 위한 추가지원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민단체는 예산증액 등의 추가대책은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며 무조건적인 비준안 처리 연기를 요구하고 있어 여전히 타협점 찾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정일 의원(민주당) 등 농촌출신 의원들이 과천청사를 방문해 허상만 장관 등 실무진과 만나 FTA비준안 처리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며 “11일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또 한 차례의 모임을 가진 뒤 이를 토대로 주말께 추가지원대책 등 정부 방침을 최종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초 8,000억원의 FTA특별기금을 1조2,000억원으로 늘린 데다 한ㆍ칠레 FTA에 따른 당해기금 출연 액을 올해 1,6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증액하는 등 정부지원책은 나올 만큼 나왔지만 의원들과 합의점을 찾을 경우 모든 추가적인 대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으로는 특별기금 증액과 함께 현재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13조원의 상호금융 부채 금리의 획기적 인하, 직불제 등 농가소득 감소에 대비한 보조금 제도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에 앞서 FTA 비준 이후 10년간 농림분야에 119조원을 투ㆍ융자하고 180조원규모의 농림사업을 지원하는 한편 이중 올해 17조2,000억원의 농특세 사업 등을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대해 농민연대는 한ㆍ칠레 FTA비준안 처리를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 외에 정부의 어떤 추가대책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농의 이영수 정책국장은 “정부는 DDA와 FTA는 별개 사안이라고 주장하지만 내용적으로는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어 결코 분리해 협상에 임할 수 없다”며 “장기적인 개방의 큰 틀에서 예산증액, 소득대책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FTA비준안을 DDA협상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특히 칠레와의 FTA에서 1,000여 품목이 넘는 농산물에 관세철폐 약속을 한 만큼 우리가 주장하는 개도국지위 유지, 관세 및 보조금감축 최소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되고 이는 결국 WTO 쌀 재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지난 10년간 90조원을 농업에 투자했으나 농가부채만 증가시켰던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의 대책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게 농민단체의 주장이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