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국민·공무원·군인연금 등 3대연금 가운데 공무원연금이 가장 먼저 기금바닥이라는 위기에 처하게 되자 그 해법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정부는 부족분을 재정에서 충당하겠다는 방침이고, 이에맞서 시민단체들은 국민부담을 지우는 행위는 불가하다고 반대하고 있다.공무원연금이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부터 수입 대비, 지출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부터다. 지난해 1조4,000억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도 3조1,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돼 있다. 이에따라 기금은 올해말엔 1조7,000억원으로 줄어들게 되며 내년에 6,000억원만 남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전망치는 금년중 단행될 2차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자수가 빠져 있는 데다 2001년 이후의 추가퇴직자들에 대한 정확한 연금총액도 계상돼 있지 않아 고갈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공무원사회가 동요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와관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연금제도 개선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관련부처가 협조해서 연금재정을 확보, 공무원들이 제도변경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고갈을 막고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000년까지 6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번 국민들의 허리가 휘게 생겼다.
차제에 연금제도에 대한 본격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우선 노후에 받는 연금수준이 너무 높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33년 근무한 사람은 최종월급의 76%까지 받도록 돼있다. 국민연금은 생애 월소득의 70%(40년가입시· 20년 가입시는 그절반) 수준이었으나 지난해말 60%로 개정됐다. 그러나 기금형편을 고려하면 60%도 사실 높은 셈이다. 국회심의 과정에서 정치논리가 개입한 탓이다. 연금운용도 문제가 많다. 정부에서 용도(用處)를 지정하고 있는 것도, 낮은 금리로 가져다 쓰고 있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지금 연금은 세계 각국마다 골치덩이가 돼있다. 줄어드는 수입에 늘어나는 지출로 재정난이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서 실패한 제도를 여과없이 받아들여 적자구조를 크게 한 것이다. 연금제도 개편에 더이상 정치논리가 개입해선 안된다. 자칫 선심성 정치논리가 국가재정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 연금은 기금의 경제적인 운용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가재정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마지막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