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주식 사회환원 결정으로 기존의 경영권 승계 일정에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그룹 내에서 현대모비스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앞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집중적으로 늘려 그룹 내 위상을 강화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20일 증시가 조정을 받는 가운데서도 7.54%(6,300원) 급등한 8만9,900원에 장을 마감, 9만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증시에서 그 동안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소외받았던 현대모비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현대차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와 관련이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의 15.03%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현대차는 기아차의 38.67%, 기아차는 다시 현대모비스의 지분 18.15%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비스 지분 사회환원으로 여유자금이 별로 없는 정의선 사장으로서는 현대차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중점적으로 늘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정몽구 회장이 지분 7.91%를 보유하고 있어서 그룹 지주회사로 주목 받다가 정의선 사장이 기아차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관심에서 멀어졌었다. 그 후 현대오토넷과 글로비스가 주목을 받으면서 현대모비스의 위상은 더욱 위축됐다. 그러나 검찰의 비자금 수사 이후 정 회장 부자가 글로비스 지분을 헌납키로 함에 따라 현대모비스의 가치가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송상훈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비스 지분을 헌납하기로 함에 따라 정의선 사장으로서는 자금의 여유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현대차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주식을 늘려 그룹내 위상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후계구도 정립과정에서 기아차나 현대오토넷, 글로비스 등에 비해 소외 받았던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가 다시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실적 전망이 좋은 것도 현대모비스의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식 CJ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들어 보수용 수출이 지난해보다 늘고 있고 내수도 경기호전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 1분기 영업이익은 2,0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원도 “주문자상표 부착생산방식(OEM)부품 마진 하락에도 불구하고 해외 보수용 부품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어 10%선의 영업이익률은 유지될 것”이라며 “올 예상 주가수익비율도 8.1배로 시장 평균(10배)보다 저평가돼 있어서 투자메리트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