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환율안정” 정부 발언에 반신반의/“널뛰기” 외환시장 스케치

◎한은 “IMF자금 환시 안정위해 사용” 시사/재경원­한은 매일 협의… 공급환율 결정/독 언론 “긴축재정의존 IMF처방 실효적다”○…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이 아래위 3백원 가까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한 12일 한국은행은 신중한 자세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 이날 외환시장 움직임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외환시장 안정을 전망하는 정부의 발언에 대해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임을 잘 알고 있다』며 『아직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상황』이라고 평가. 그는 『그러나 외환시장 주변여건으로 볼 때 앞으로 긍정적 요인이 반영될 여지가 많다』며 『단기간에 환율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공감대가 퍼져 있어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소 낙관적으로 전망. ○…한은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지원자금이 외화유동성 개선에만 사용토록 돼 있었으나 최근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일부를 사용할 수 있도록 IMF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 한은 관계자는 『IMF자금이 당초 일정보다 이른 시일안에 들어올 전망인 데다 IMF자금의 용도에 대해서도 약간의 융통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 이 관계자는 앞으로 외환시장의 큰 손으로서 환율안정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 그러나 국제부를 중심으로 내놓는 공식적인 평가와는 달리 한은의 여타 부서 관계자들은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으로 볼 때 외환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의 달러를 무한정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소중한 달러만 낭비하다 환율방어에 실패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우려섞인 지적을 내놓기도. ○…외환당국은 이날 『시장마감후 실수요자에 대해 달러당 1천7백원에 달러를 공급하겠다』고 말해 시장에서의 매입세력을 최대한 분산시키려 애쓰는 모습. 재경원은 이같은 작전이 먹혀들어 외환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되찾자 안도의 한숨. 재경원 관계자는 『달러를 미리 매입하려는 가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환율이 상한선까지 올라 실수요자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지 못할 경우 지금까지는 외환당국이 실수요자에게 달러를 최고가로 공급, 환율급등을 방치해온 감이 있다』면서 『앞으로 한은과 재경원이 매일 협의해 공급환율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 다른 관계자는 『오늘부터는 실수요자에게 변동폭 범위내에서 낮은 환율에 달러를 공급할 방침』이라면서 『공급환율을 점차 낮춰가면 가수요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 그는 『주식·채권시장 개방폭이 확대돼 외자가 추가로 유입되고 18일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불안한 국면이 해소될 것』이라면서 『이번주와 다음주가 환율안정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분석. ○…이날 환율의 급등락때문에 은행들은 대고객매매기준환율의 고시를 상오 10시20분까지 연기해 창구를 찾은 고객들이 환전을 못하고 기다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은행들은 환율변동폭 확대로 대고객 외환매매에 따른 손익규모가 크게 확대되자 상오에만 3∼4차례씩 매매기준환율을 재고시하는 등 기민한 대응. 외환은행은 하루 환율변동폭이 상하 2.25%에서 10%로 확대된 이후 하루 변경할 수 있는 매매기준율의 횟수를 기존의 3회에서 8회로 대폭 늘렸으며 이날도 상오에만 4차례나 매매기준환율을 재고시. 한편 일부 은행에서는 외환거래에 따른 매매손이 크게 늘어나자 현재 기준환율의 3%로 되어 있는 현찰매도율 수수료의 인상을 다시 검토. ○…은행들은 11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사가 국가신인도를 각각 2∼3등급씩 하향조정했고 국내 은행들의 외환보유고 상태에 대해서는 정크본드 수준으로 평가함에 따라 해외금융기관들이 그동안 유지해 오던 콜(오버나이트)자금을 전면 회수하는 한편 그동안 재연장 해주던 자금마저 만기에 전액 회수하자 크게 당황하는 모습. 일부 외환관계자들은 『무디스사가 우리의 외환보유고 상태에 대해 정크본드수준으로 평가한 것은 지불정지상태를 이미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더이상 끌려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른 시일내에 지불정지를 선언하는 것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 또 다른 외환관계자는 『환투기심리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으로 환율상승제한폭을 없애거나 일정기간 고정환율제도를 실시하는 것』을 제시하기도. ○…한국정부는 종목당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를 확대한 이후 외국인 투자자금이 밀려들어 원화위기를 막아줄 것으로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고 미경제전문방송 CNBC가 증권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11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한국정부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증권전문가들은 경제와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한국시장으로 외국인투자가들이 몰려들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긴축재정에 의존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처방은 실효성이 적다고 독일 언론들이 11일 보도했다. 시사주간 디 차이트지는 『한국정부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재정절감에 힘써왔고 사회보장제도는 크게 미흡한 형편이기 때문에 더이상 예산을 절약할 부분이 없다』고 평가하고 따라서 『긴축재정에 의존해온 IMF의 처방이 한국에는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