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들이 레고 블록처럼 스스로 조립해 3차원 구조체를 만드는 ‘자기조립(self-assembly)’ 기술을 이용해 빨강(Red), 녹색(Green), 파랑(Blue) 등 다양한 형광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나노튜브 소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박찬범(40)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자연계의 자기조립기술을 이용해 각종 디스플레이 기기 등에서 사용하는 모든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바이오나노튜브 소재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권위 있는 재료 분야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나노기술과 생명과학 분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나노소재를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대표 논문 중 하나로 선정됐다.
자기조립은 구성물질 간의 약한 비공유결합성 상호작용에 의해 스스로 일정한 구조나 패턴을 형성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최근 전세계적으로 널리 연구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연구팀은 두 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peptide)를 수만개 이상 스스로 조립시키는 방식으로 머리카락의 약 1,000분의1 정도의 두께를 가진 나노튜브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광감응현상(photosensitization)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에 사용한 펩타이드는 알츠하이머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아밀로이드(amyloid)라는 단백질 플라크(plaque)로부터 유래했기 때문에 퇴행성 신경질환 현상을 이용해 새로운 기능성 나노소재를 개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소재는 바이오센서ㆍ칩, 각종 약물의 세포전달체, 의료용 하이드로젤, 차세대 디스플레이기기 등에 응용할 수 있어 향후 나노-바이오 융합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