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옛 멋 살린 「사무실」 탈바꿈/대지 88.4평 8,000만원 3년 임대/지붕·보 등 구조재는 그대로 살려/공사비 3,000만원으로 ‘개성 연출’리노베이션에 있어서 가장 고려할 점은 용도다. 건축물을 어떤 용도로 활용할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예컨대 사무실로 쓸 것이라면 기능성은 물론이고 용도에 맞는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아무리 개·보수를 잘했다 해도 구조에 치명적 손상을 가했다면 이는 실패작이다. 주변 건물이나 환경과의 조화를 꾀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고려 사항이다.
「니드21 인테리어」사무실은 이런 점을 잘 감안한 리노베이션의 사례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로터리에서 삼선교 쪽으로 2백m쯤 가다 보면 생수 창고로 쓰이던 낡은 한옥을 개조한 단아한 건물을 볼 수 있다. 정면을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양쪽에 오동나무와 등나무를 심은 모양새가 마치 마당을 한껏 안은 옛 시골집같다.
1년전 만해도 폐가와 같은 몰골이었던 이 한옥은 니드21 대표 유정한씨의 눈에 띄면서 다시 태어났다. 대학로에 사무실을 갖고 있던 유씨는 마침 사무실을 옮기려던 차에 이 한옥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집 주인은 당장 개발할 계획이 없던 터라 유씨에게 3년간 장기임대를 내주었다. 대지면적은 88.4평. 개조비는 유씨가 별도로 부담하기로 하고 주변 시세보다 싼 8천만원에 3년간 임대했다.
이 한옥은 지난 2월부터 20일동안 리노베이션을 통해 사무실로 탈바꿈했다. 되도록 적은 비용으로 환경을 고려해 필요한 곳만 고쳤다.
우선 사방을 둘러싼 담장 중 앞면을 철거해 답답한 시야를 시원하게 뚫어주었다. 이어 기둥과 보, 지붕 등 구조재만 두고 모두 철거했는데 전통적인 한옥처럼 멋스럽지가 않아 필요한 부분의 뼈대만 노출시켰다. 내부공간의 답답함을 피하기 위해 천장을 대지 않고 지붕의 뼈대를 그대로 드러나게 했다. 나머지 부분은 기둥을 따라 합판을 대어 각 실을 구분했다.
외벽은 크게 변화를 주지 않았다. 여기저기 떨어져 나가 볼품없었던 타일을 뜯어내고 금이 간 부분에는 시멘트 몰탈을 발라 거칠게 마감했다.
한옥일 때는 건물 바닥이 지면보다 계단 3개만큼 올라가 있었고 마당도 함께 높았다. 이를 깎아내 옆뜰과 함께 주차장을 만들었다. 대신 오동나무와 등나무는 살렸는데 옛 가옥의 모습을 자아내고 여름에는 차양 역할까지 해내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마감을 꼼꼼히 처리했다. 주요한 뼈대나 외벽은 원래의 모습을 유지해 거친 재질감을 주는 대신 내부는 합판과 바닥에 부분적으로 알루미늄 플레이트를 깔아 깔끔하게 처리했다. 겉에서 보기에는 단지 평범하지 않은 건물이구나 싶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군데군데 쓰인 문고리나 등기구 때문이다.
리노베이션의 장점은 싼옷에 소품장식으로 강점을 살리듯 돈을 적게 들이되 큰 효과를 거둔다는 점이다. 이 사무실도 평범한 합판에 작업하다 남은 스탠드, 할로겐, 문고리 등으로 개성을 살려주니 카페에 들어와 있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이다.
앞에 있던 담을 없애 도로와 마주보게 돼 고객과 더욱 가까워진듯 하고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사무실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유씨는 48.7평의 사무실에다 창고까지 얻을 수 있었다. 공사비는 모두 3천만원이 들었다. 철거비 5백만원, 목공사 8백만원, 도장공사 2백만원, 창호공사 2백만원, 전기공사 1백50만원, 철물공사 2백만원, 화장실 1백50만원, 냉·난방 2백50만원, 유리공사 1백50만원, 온돌을 에어컨으로 바꾸는 비용 등이다.
폐가로 있었다면 미관만 해쳤을 것이다. 또 이질적인 건물이 새로 들어 앉았다면 구석구석 한옥이 남아있는 이 곳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아 사람들의 발길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리노베이션은 과거와 현대를 조화할 수 있는 좋은 건축 수단이라는 것을 니드21 사무실은 보여주고 있다. 도움말=수목T&T (02)5783777<성종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