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최근 계열사 대표 A씨에게 전무이사 자리를 두고 외부에 줄대기를 하지마라는 취지의 뜻을 전달했다.
노조 고위관계자는 "당사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전무이사에 내정되면 스스로 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며 "전형적인 조직 흔들기"라고 전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뛰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감사원과 청와대 등을 통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때문에 인사가 늦어지는데 외부 힘으로 전무가 된다면 내부에서 누가 일을 하겠느냐"고 했다.
지난 13일 김규태 전 전무이사가 퇴임한 후 전무 자리는 공석이다. 전무는 은행장에 이어 '넘버2'로 기업은행장이 제청해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는 자리지만 청와대의 인사검증을 거쳐야 한다.
현재로서는 박춘홍 부행장이 공식라인을 거쳐 단독후보로 올라갔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박 부행장이 주로 충청 지역에서 근무한데다 본부나 주요 부서 근무경험이 적다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박 부행장은 '인사의 달인'으로 알려진 전임 조준희 행장이 지방에서 파격적으로 발탁했던 인물이다. 기업은행의 관계자는 "지난 10일께 인사검증을 올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청와대 검증과정에서 계열사 인사가 심각하게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은행 내부적으로는 전무이사 자리를 두고 'OB'와 현 임직원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모습까지 나오고 있다. 김 전 전무이사가 임기를 1년 더 연장하려다가 무산된 가운데 박 부행장 임명 전에도 'OB' 인사들이 자천타천으로 유력하게 거론된 탓이다. 전무 인사는 최소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하는 23일 이후에나 날 것으로 예상된다. 권선주 은행장은 이와 관련해 현직 중에서도 일할 사람이 많은데 'OB'는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