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떨어지던 닛케이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기업들의 실적호전과 대형 우량은행 간 합병이 임박했다는 소문 덕분이다. 은행합병설은 상승반전 다음날인 1995년 3월28일 대장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고 주가도 더 올라갔다. 상승의 견인차는 미쓰비시은행과 도쿄외환은행 간 합병. 세계금융계는 도쿄발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무엇보다 덩치가 컸다. 두 은행의 자산 합계가 52조6,470억엔(당시 한화 447조원). 당시 세계 1위인 사쿠라은행을 가볍게 제쳤다. 일본인들은 도쿄ㆍ미쓰비시은행의 출현을 반겼다. 국내 영업이 강한 미쓰비시은행과 362개 해외 거점을 거느린 도쿄외환은행 간 합병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서다. 규모 확대나 전산투자 절감을 위해 추진된 이전까지의 ‘양적인 합병’과 다르다는 점에서 ‘질적 합병의 시대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왔다. 세계를 놀라게 만든 초대형 은행의 탄생은 신호탄이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스미토모은행과 다이와은행 간 61조엔짜리 합병이라는 메가톤급 뉴스가 터졌다. 세계 최대 은행 순위는 2000년까지 일본 은행들의 합병에 따라 수시로 바뀌었다. 도쿄ㆍ미쓰비시은행 합병 발표로부터 15년째를 맞은 오늘날, 오랫동안 체력을 비축해온 일본 은행들은 세계를 넘본다. 일본은 물론 중국계 자금까지 글로벌 경기침체를 맞아 가격이 떨어진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들을 적극 매입하고 있다. 2005년 UFJ와의 합병으로 도쿄ㆍ미쓰비시UFJ로 이름을 바꾼 도쿄ㆍ미쓰비시은행도 지난해 말 미국 모건스탠리의 투자은행 부문을 사들였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불황에서도 체력을 비축해온 일본 자본이 2008년 한해 동안 인수한 해외 기업은 710억달러어치에 이른다. 은행 대형화와 내실을 바탕으로 ‘되찾는 10년’에 나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