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산 넘으면 평야 나온다

한총련의 기습시위로 대통령의 5ㆍ18기념식 참석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한총련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그 동안 한총련의 합법화를 추진하던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미온적 대처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한총련의 합법화 문제를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이래저래 한총련 합법화의 논리는 그 입지가 좁혀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총련에 관한 전향적 해법을 모색하던 현 정부에서도 연일 이번 사태에 엄중히 대처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고 한총련 합법화를 둘러싼 정부 방침의 변화까지도 시사하고 있다. 한총련 합법화가 거론되던 최근의 유화적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이번 한총련의 시위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더욱이 경건해야 할 5ㆍ18 민주영령 추모의 장이 물리적 충돌로 얼룩졌다는 사실은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장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불법적으로 행사장 입구를 점거하고 대통령의 참석을 방해한 행위는 비난 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에 대해 한총련도 기자회견을 갖고 유가족과 국민 앞에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한총련 스스로도 자성하는 분위기다. 말뿐이 아닌 한총련의 실질적 변화가 필요하다. 시대의 변화를 인식하고 대화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와 합리적인 행동방식이 요구된다. 그러나 한총련의 변화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변화의 길을 터주고 열어주는 성숙한 기성세대의 자세변화 또한 중요하다. 한총련과 한총련의 노선은 이념과 사상의 자유와 행동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왔던 권위주의 시대의 저항의 산물이요, 아픔이다. 한총련의 합법화는 `헌법에 보장된 사상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가 법적으로 존중되는 민주주의의 실질적 진전`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청년세대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미래적 존재이다. 청년세대의 앞길을 막으면서 우리의 미래를 밝힐 수는 없다. 한총련이 책임질 일과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지게 하되 그들의 미래까지 빼앗는 최악의 선택은 피해야 한다. 한총련 합법화와 수배학생 해제문제는 정부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계속 검토되어야 한다. 산을 넘으면 결국 평야가 나오지 않는가. <전갑길(국회의원ㆍ민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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