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명품, 예술서 산업으로 추락하다

■럭셔리 ■데이나 토마스 지음, 문학수첩 펴냄


한때 명품은 ‘예술’로도 불렸지만 이제는 전도 유망한 ‘산업’의 한 분야로 추락했다. 100여년 전 프랑스 왕실을 위해 장인들이 수공품을 진상할 때만 해도 명품 브랜드는 신분과 부에 걸맞은 상류층에만 허락됐었다. 오늘날 명품 브랜드는 시장규모 157조원의 거대 비즈니스 산업으로 탈바꿈했다. 명품 핸드백 하나쯤 없는 여성이 없고 명품 광고는 버스정류장에까지 나붙었다. 더 이상 명품은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햄버거 세트에 담긴 프라다로 표지를 꾸민 신간 ‘럭셔리’는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누구나 손쉽게 명품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의 신조어 ‘맥럭셔리’를 풍자하고 있다. 어쩌다, 왜 명품은 그 영광을 잃어버렸을까. 이는 이익 중심의 재벌 기업이 명품 업체를 인수해 수십억 달러짜리 글로벌 브랜드로 바꿔버린 탓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1980년대를 전후로 경제 구조가 급격히 바뀌면서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과 사치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명품그룹 총수들은 구매력을 갖춘 신흥부유층의 잠재력을 알아챘고, 경영진은 명품의 대중화, 매스티지를 통해 ‘명품은 접하기 쉬운 것’이라고 알리기 시작했다. 또 대중의 욕망을 자극하기 위해 연예인과 화려한 광고를 동원했다. 2억 원짜리 드레스는 못 사도 7만원짜리 향수는 집어 드는 ‘현실적인 꿈’을 공략한 저가 액세서리를 내 놓았고, 아웃렛 매장과 면세점을 확보했다. 명품 업체가 크게 성공하는 것과 비례해 명품의 의미는 퇴색했다. 게다가 중국산 ‘짝퉁’이 판을 치고, 세계관세기구(WCO)가 밝힌 모조품에 의한 패션업계의 연간 손실액은 10조원에 이른다. 저자 데이나 토마스는 12년간 뉴스위크 파리지국에서 문화패션담당 기자로 활동했고 풍부한 경험과 냉철한 시각으로 명품의 위기를 파헤쳤다. 하지만 소수 만이 향유하는 명품 문화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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