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은 별 반응이 없었다. 이미 북한이 이번 핵 실험을 예고해온데다 1ㆍ2차 핵실험을 겪으며 북한 리스크 자체에도 내성이 생긴 탓이다. 시장은 담담했지만 관련 경제부처의 움직임은 민첩했다. 이번 핵실험이 종전과 달리 미국 등의 제재 과정에서 의외의 파열음을 불러올 수 있고 이 경우 시장 불안이 언제든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점검대책팀을 꾸리는 한편 금융시장 24시간 비상점검체계 가동에 들어갔다.
12일 북한 핵실험 소식이 들려왔지만 금융시장은 차분했다. 주식시장은 핵 실험 소식이 들려진 직후 소폭 조정되며 움찔하는 모습이었지만 외국인이 1,35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안정적으로 마감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오히려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며 원ㆍ달러 환율이 4원90전 내린 1,090원80전에 마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당장 북한 핵실험이 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지만 향후 정부와 유엔의 대응수위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북한 핵실험으로 국내 정부와 유엔 등이 제재수위를 높이며 남북관계가 악화로 치달을 경우 증시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재정부 1급 간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박 장관은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정부 이양기임을 감안해 대응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사회 대응과 북한 반응에 따라 우리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내재된 만큼 상황 별 대응계획을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신제윤 1차관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추진하기 위한 '긴급 시장점검회의'가 구성됐다. 재정부 비상경제상황실 안에는 관계기관 합동점검대책팀이 꾸려졌다. 대책팀은 신 차관을 팀장으로 국제금융ㆍ국내금융ㆍ수출ㆍ원자재ㆍ생필품ㆍ통화 등 6개 대책반이 돌아간다. 신 차관은 "시장에 불안심리가 나타나지 않도록 외국투자가ㆍ외신 등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미국, 중국,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국제공조를 강화해 대외교역과 원자재 수급도 차질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13일 금융위원회ㆍ한국은행ㆍ금융감독원 등이 참석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관계기관 합동으로 북핵 문제에 따른 종합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금융 당국과 지식경제부도 북한 핵실험에 따른 영향 파악에 분주했다. 금융위원회는 추경호 부위원장 주재로 비상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추 부위원장은 "북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주가가 10포인트 떨어졌지만 곧 회복했고 외환시장도 안정적인 모습"이라며 "다만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 제재에 들어가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다면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은 합동 금융통합상황실에서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이미 구축된 핫라인을 통해 외국 시각과 동향을 파악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최수현 수석부원장 주재로 비상금융상황대응회의를 열었고 한국은행은 박원식 부총재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을 긴급 소집해 24시간 비상점검체제를 즉각 가동하기로 했다. 지경부는 홍석우 장관 주재로 실물경제비상회의를 열고 수출, 외국인투자, 해외바이어 동향, 에너지 수급 및 가격, 물품사재기 및 원자재 수급동향을 집중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