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전노조의 이율배반

지난달 27일 한국전력 수안보 연수원. 한국전력 노사는 '전력노조의 사회적 책임(USR) 헌장'을 선포했다. 노사는 '공기업 최초'라는 수식을 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한전 노조의 '사회적 책임'은 헌장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헛구호였음이 드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전노조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3억여원의 후원금을 노조원 한 사람당 10만원씩 나눠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전 노조의 불법 후원금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노사가 부르짖었던 '사회적 책임'은 헛구호를 넘어 '사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후원금은 한전의 영업과 관련이 깊은 지식경제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뿌려졌다고 한다. 물론 이번에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한 노조가 1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기업으로 노조원만 1만5,000명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더욱이 한전 노조는 발전 자회사 노조까지 동원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한전 노조가 제공한 후원금이 한전의 민영화를 막기 위한 입법로비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한전의 경우 노조와 사 측이 비교적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과연 이 같은 입법 로비가 노조단독으로 진행됐을까 하는 의문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 역시 한전 노조가 제공한 후원금이 한전의 민영화를 막기 위한 입법로비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력노조는 지난해 7월 정부가 한전의 분할과 민영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당시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겉으로는 정부와 국민을 압박하면서도 실제로는 국회 로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전기요금 동결로 한전의 경영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조만간 전기요금 인상을 꾀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각종 공공요금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가스나 지하철, 버스 요금은 물론이고 생활물가 상승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한전 노조의 이율배반적인 행동까지 드러나 국민들의 마음은 더욱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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