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꽁꽁 얼었던 내수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한다. 수개월간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한 음식ㆍ숙박업, 도ㆍ소매업 등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설비투자ㆍ건설수주 등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반가운 소식치고는 증가폭과 속도가 너무 더디다. 심리지표는 하늘로 치솟고 있지만 실물경기의 회복은 기대만큼 못 미치고 있다. 한국경제의 굳건한 버팀목이었던 수출도 월별 증가율이 한자릿수대로 떨어지고 생산증가율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불안감도 커지는 형국이다.
6일 통계청의 ‘3월 서비스업 활동동향’을 보면 9개 업종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의 기반인 도ㆍ소매업이 9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고 부진을 면치 못했던 숙박ㆍ음식점업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민간소비와 직결된 소매업이 지난 2월 4.1%에 이어 3월 2.1%로 두달 연속 상승한 것이 희소식이다. 또 영세 자영업종인 이ㆍ미용업, 목욕업 등이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서며 회복기조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같은 분야 내에서도 업종별 양극화 현상으로 희비가 엇갈린다. 도ㆍ소매업 가운데 도매업은 0.4% 감소하며 9개월 연속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러 있다. 자동차판매ㆍ차량연료판매 등도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숙박업에서도 호텔은 21.4% 증가한 반면 여관은 성매매특별법 등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해 3월에 -7.2%를 기록했다.
경기순환과 직결된 건설경기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날 재정경제부가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 지표를 보면 건설기성 둔화폭이 예상보다 심각한 상태다. 계절적인 요인으로 건설공사가 적은 가을ㆍ겨울철보다도 올해 1ㆍ4분기의 건설기성 금액이 적다. 지난해 4ㆍ4분기에 4.4%를 기록한 건설기성이 올 1ㆍ4분기에는 불과 3.0%에 그쳤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암울하다. 10ㆍ29대책에 버금갈 영향력을 가진 ‘5ㆍ4 부동산대책’의 발표에 이어 토지거래허가요건 강화방안 등이 잇따르면서 건설시장은 더 꽁꽁 얼어붙을 태세다. 재정 조기 집행과 건설후임대방식(BTL) 민자사업 등의 효과도 아직까지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투기를 잡겠다고 만든 정책이 건설경기를 추락시킬 경우 ‘건설발(發) 경기침체’도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불안한 대외요인으로 생산과 수출 증가율도 발걸음이 느려지고 있다. 오름세를 이어가는 국제유가와 임박한 위앤화 절상 등 불안한 대외요인이 마치 ‘시한폭탄’처럼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수출 증가속도가 예년보다 못하면서 생산증가율도 덩달아 떨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4ㆍ4분기 6.7%를 기록한 분기별 생산증감률은 올해 1ㆍ4분기 들어 3.8%를 기록하며 5%대 아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도 서비스업 등 내수반등 소식에는 반가움을 표시하지만 여전히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실질구매력이 증가하지 못한데다 유가 등 대외적 불안요인과 양극화 현상 등이 고민거리”라며 “건설경기가 더 악화되면 경기회복에 부담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자칫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를 밑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영훈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수출ㆍ출하 증가율이 1ㆍ4분기에 10.8%로 위축되면서 1ㆍ4분기 GDP 성장률이 2.8~3.1%로 추산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