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가급등 행진…세계경제 촉각

유가급등 행진…세계경제 촉각OPEC 증산 소극·유가밴드제 실시연기 영향 국제유가가 하루 5% 이상 급등하자 국제석유시장에 빨간 불이 켜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밴드제 실시를 사실상 연기한데다, 석유재고량이 계속 줄어들면서 석유시장에는 「일단 사두고 보자」는 매수심리가 팽배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석유공급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OPEC측의 모호한 태도가 유가불안심리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안한 석유시장=국제유가가 12일 하루만에 5% 이상 급등한 것은 OPEC이 6월 회의에서 생산량을 고수하거나 증산에 나서더라도 물량이 당초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OPEC의 릴와누 루크만 사무총장은 이날 오는 2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석유장관회의 때까지 원유증산 계획은 없다고 확인했다. 그는 캘거리에서 열린 에너지관련 회의에 참석, 『각료회의가 채 2주일도 남지 않았다』면서 『내가 알고 있는 한 회의 이전에 증산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도 최근의 유가상승은 공급부족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휘발유가격 급등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OPEC가 석유생산량을 현수준에서 동결시키거나 증산하더라도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에너지전문 컨설팅기업인 스톤본드사의 안토니오 스자보 사장은 이날 『OPEC측이 6월 회의에서 증산에 나설 것이라는 어떤 증거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고는 계속 줄어=전미석유협회(API)는 6월 첫째주 미국 석유재고가 435만배럴(1.4%) 줄어든 2억9,824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4주연속 감소한 것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석유재고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자동차 운행이 늘어나면서 휘발유소비가 급등하고 있는데다 일부주의 난방유 청정기준이 엄격해져 석유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안에 전세계적으로 하루평균 150만~200만배럴의 석유증산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OPEC가 6월 회의에서 하루 100만배럴 정도의 증산에 합의하는 것이 무난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전망은 엇갈려=OPEC이 하루평균 50만배럴의 생산을 늘리는 것으로는 수급부족을 해결하지 못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당초 기대이하의 결과가 나올 경우 배럴당 3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뉴욕 ABN 암로사의 국제에너지거래담당 부사장인 나우만 바라카트는 『오는 21일 회의에서 증산이 결의되지 않을 경우 시장이 폭발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원유가는 배럴당 34~35달러선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OPEC가 증산에 소극적 입장을 지속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노르웨이를 비롯한 비(非)OPEC 국가들이 생산량이 늘릴 경우 OPEC의 세계석유시장 주도권이 점차 상실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마냥 감산을 주장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다. ◇유가밴드제란=지난 3월 OPEC 각료들은 OPEC기준유가의 20일 평균치가 배럴당 28달러선을 넘어설 경우 자동적으로 하루평균 50만배럴의 석유를 증산키로 결의했다. 반대로 배럴당 22달러 아래로 내려갈 경우에는 50만배럴의 석유생산이 줄어들게 된다. OPEC기준유가는 이미 지난주에 20일평균치가 배럴당 28달러를 넘어섰으나 OPEC는 증산에 나서지 않고 있다. 김호정기자GADGETY@SED.CO.KR 입력시간 2000/06/13 18:36 ◀ 이전화면

관련기사



김호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