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정부 예산의 1.66%가 매년 당초 목적대로 쓰이지 못한 채 불용액으로 남았으며 특별회계까지 포함하면 3.3%가 불용액으로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불용액이란 과다 편성되거나 사용처를 찾지 못한 예산으로 차기 회계연도에는 애초의 사업용으로 이월할 수 없고 주로 일반 예산 재원으로 활용된다.
재정경제부가 6일 1993년부터 2002년까지 10년간의 예산 불용액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추세라면 외환 위기 이후 첫 균형 예산이 편성된 금년에도 일반회계에서만 2조원에 가까운 불용액이 나오는 실질적인 흑자 재정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경기 부양을 위한 소규모의 적자 재정 감수 여부를 둘러싼 청와대와 정치권, 정부 부처간의 이견은 세수 경정 등 다른 요인은 따지지 않고 불용액만 감안해도 `명분 없는 말싸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적자 예산에서 불용액이 발생하면 실제 적자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고 균형 재정으로 편성된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흑자가 발생하는 셈이 된다. 외환 위기 이후 적극적인 재정 정책 방침에 따라 적자 예산으로 편성된 `국민의정부` 5년 동안에도 일반회계에서만 3조1,000억원이 넘는 불용액이 나온 1998년을 비롯해 매년 평균 3.7%의 불용액이 발생했다. 또 경기 부양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재정의 조기 집행을 독려했던 지난 해에도 일반회계와 특별회계에서 각각 4,889억원과 3조7,000억원의 불용액이 나왔다.
정부는 현재 심각한 침체에 빠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국회에 제출한 4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 경정 예산안을 추경을 1조원 가량 확대하거나 2차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재정 적자나 추경 확대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심지어 이미 제출된 추경에서도 1조5,000억원을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정부는 추경이 확대될 경우 1조원 가량 적자 국채를 발행해 조달된 자금으로 3ㆍ4분기 이후 경기 침체의 타격이 가장 큰 중소기업들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적자 재정 반대론`에 부딪혀 세입을 경정하는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마련 중인 재경의 한 당국자는 “예외 없이 매년 발생하는 대규모 불용액을 감안하면 올해 재정도 균형이 아니라 흑자이며 결국 침체기에 재정을 흑자로 운용한다는 비정상적 결과가 예상된다”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만큼 연말에 발생할 사실상의 흑자를 감안한 탄력적 재정 운용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