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SSM과 소비자의 선택


지난주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됐다. 국회 본회의를 아직 통과하지는 않았지만 추후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에서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신규 출점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SSM은 이미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진 상생논란의 핵심 주제였다.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SSM이 영세 자영업자에게 큰 피해를 주는 만큼 대ㆍ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출점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여기에 대기업이 슈퍼마켓 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SSM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화된 유통업태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지난 1974년 유통산업의 근대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처음으로 생긴 것이 바로 슈퍼마켓 체인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슈퍼마켓 매장을 방문할 정도로 정부의 육성 의지가 강했던 업태였다. 이처럼 국내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SSM은 그동안 많은 풍파를 겪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개입 이후 대형마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은 문을 닫았고 일부만이 살아남아 생존을 위한 피나는 노력을 통해 변신해온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부들의 쇼핑 패턴이 대용량 구매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구입하는 소량구매로 바뀌면서 슈퍼마켓은 다시 각광받는 인기 업태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라 업종의 흥망성쇠가 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백화점과 편의점, 대형마트, 온라인 오픈마켓 등이 유통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반면 예전의 쌀가게나 비디오 대여점, 오락실 등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농장과 직접 거래하는 회원제 직거래 시장을 이용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상거래 시장도 커지고 있다. 유통은 변화에 대응하는 업태라고 한다. 그만큼 유통업은 소비자들의 니즈와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쉽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0년대부터 국내 유통시장 개방에 대비해 영세 자영업자에 많은 지원을 했다. 시장을 무조건 보호하는 것보다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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