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민관경제연구원장 긴급제안/이규억(불황탈출 길은 있다)

◎「근육질형 경제」 만들자최근의 국내경기 악화는 기본적으로 경기확장기 이후 나타나는 순환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중 경기정점을 통과한 국내산업은 수출 및 내수부진과 함께 재고증가와 생산둔화라는 전형적인 경기하강국면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비용·저능률의 구조적 문제가 엔저 지속, 세계교역 둔화 등 대외여건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악화의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화위복 계기 활용 이렇게 본다면 현 상황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만 일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우리 경제가 치유불능의 위기국면에 빠져들고 있다고 볼 필요도 없다. 기업, 정부, 그리고 국민들이 하기 여하에 따라서는 지금의 어려움이 우리 경제가 원숙한 선진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의 어려움은 우리 경제가 수출위주의 양적 성장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쌓인 거품이 제거되면서 나타나는 과도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범용제품 위주의 수출을 통하여 높은 성장을 이룩하여 왔다. 특히 93년부터 시작된 엔고로 우리는 반사이익을 얻어 수출을 실력이상으로 늘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 더이상 과거와 같은 가격경쟁상의 덕을 보기 어렵게 되었다. 여기에다 임금은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고 있고, 금리·물류비·지가도 경쟁국에 비하여 높은 상황에 있다. 즉 이제는 과거처럼 더이상 가격변수상의 이점을 이용하여 성장을 추구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불필요한 군살 제거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효율적인 경제체질의 강화이다. 다시 말하여 우리 경제주체가 불필요한 군살을 제거하고 외부의 충격에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근육질형 체질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비용·저능률 구조의 개선과 성장잠재력의 확충을 기하고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제주체들간의 공동노력의 극대화 유도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국가경쟁력」이라는 것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경쟁력 제고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함을 말해 주는 것이다.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규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기업은 우선 생산성제고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산업의 종업원 1인당 생산성은 현재 일본의 80% 수준도 채 되지 못한다. 생산성이 낮은 것은 합리화나 자동화가 덜 되어 있고 기술수준이 낮은 데도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이완된 근로자세에 있다고 본다. 일본의 근로자들은 예컨대 아침 9시가 일과 시작이라면 그 이전에 출근하여 근무에 필요한 제반 준비를 하며, 일과가 시작되면 본연의 업무에만 몰두한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그러한 자세가 부족하며, 따라서 일의 강도를 정상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제 값싼 물건을 대충대충 만들어 외국에 팔기 어려워졌으므로 제품 하나하나를 정성을 다하여 만들려는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경비절감을 위하여 접대비 축소 등 감량경영을 도모하고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며, 생산능력 확장 위주의 설비투자에서 합리화 및 연구·신제품 개발 등을 위한 설비투자로 투자내용을 전환해 나가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 국민들은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들어 소비의 고급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저축률은 감소하고 경상수지 적자는 확대되고 있다. 국민들은 좀 더 나은 미래의 번영을 위하여 현재에 근검·절약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근검·절약자세 필요 그리고 경제상황에 대한 휘발적인 마인드를 버려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경제상황 변화에 불합리하게 부화뇌동 할수록 경제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경제를 좀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하여 뭔가 열심히 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전세계가 하나의 지구촌 시장으로 되어 국제경쟁에서 이기면 모든 나라의 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주체 모두가 노력만 하면 이전보다도 더욱 효율적으로 저력을 발휘하고 사회적 조정비용을 극소화하면서 선진경제로의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경제의 중심주체인 기업인들은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여 경제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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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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