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암투병 최인호 5년만의 장편소설

■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여백미디어 펴냄)


최인호가 2006년 '제4의 제국'이후 5년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현대사회에서 뒤틀리고 붕괴된 일상 속에 내몰린 주인공 K가 또 다른 실재를 찾아 방황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인이 겪는 부조리함들에 대해 말한다. 왕성한 필력을 자랑해온 그가 암투병 중이라는 소식은 지난해 문학계에 충격을 주었다. 1963년 고등학교 2학년, 18세의 나이에 문단에 데뷔한 최인호는 지난 50여년간 대하소설과 역사소설은 물론 시대적, 사회적인 경계에서 고민하는 도시인들의 삶을 도시적 감성이 담긴 문체로 그려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암치료 중인 그는 "하느님께서 남은 인생을 허락해 주신다면 나는 '제3기의 문학'으로 이 작품을 시작으로 다시 출발하려 한다"고 강조했을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아직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원고지에 만년필로 쓰는 수작업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그만의 특징이다. 그는 "내 본령은 현대소설"이라며 "창작욕에 허기가 진 느낌이었고 몸은 고통스러웠으나 열정은 전에 없이 불타고 있다"는 근황도 전한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느닷없는 소음에 주인공 K가 잠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K는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모범적인 가장으로, 번듯한 직업을 가진 사회인으로, 스스로의 도덕적 결함을 견디지 못하는 제도적 인간으로, 주일마다 미사에 참석하는 견실한 신앙인으로 생의 의무에 충실한 사람이다. 하지만 자신의 배역과 역할에 충실한 동안 정작 자신의 시간을 누리지 못한 현대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너무나도 익숙한 일상에서 혼란을 겪는 한 남자의 3일간의 이야기로, 환상주의와 사실주의를 넘나든다는 점도 특징이다. 1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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