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거래방식 또는 대규모 사업 교환으로 일컬어지는 빅딜(BIG DEAL)의 사전적 의미는 대단한 물건이나 사람을 뜻하는 속어로,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의미와는 전혀 다른 뜻을 갖고 있다. 아마도 대규모(BIG) 거래(DEAL)라는 의미를 영어로 표현하면서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친숙해진 용어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도 최근에는 거래 규모가 큰 M&A를 빅딜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 사정에 밝지 못한 일반 외국인에게는 정부가 주도하는 재벌간 대규모 사업교환을 빅딜이라고 부르는게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국내 재벌들은 과거 정부가 주도하는 성장 정책의 수혜자로 보호를 받아왔으며, 이러한 보호 속에서 기업 내부역량을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기보다는 사업다각화에 주력하여 국가 전체적으로 중복투자라는 문제를 낳게 하였다. 시장개방에 따라 정부는 더 이상 국내 산업을 보호할 명분을 잃게 되었고, 많은 기업은 스스로의 힘으로 세계적 기업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각 기업들은 위기 극복을 위하여 인원조정, 비용절감, 조직 통폐합 등 자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는 비용구조를 개선하는데 국한된 것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재벌들의 과잉 설비 투자로 인한 문제 해결에 정부가 개입하여 산업구조조정을 함으로써 국내 대규모 자본집약적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 재벌간 사업교환을 추진하는 것이 소위 빅딜인 것이다. 재벌기업은 불필요한 사업에서 철수하고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서 경영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지만, 단기간에 중복 투자 문제만을 중심으로 무리한 진행을 함에 따라 부작용도 상당하다. 구조조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다니는 실업문제와 의사결정과정에서 무시되기 쉬운 소액주주의 권리, 그리고 과도한 차입금과 복잡한 재벌기업간 상호지급보증 및 주식상호보유 문제 등 성공적인 빅딜이 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가 수없이 많은 실정이다.
또 과도한 설비의 처리 문제도 충분히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빅딜 대상이 되는 사업중에는 통폐합을 함으로써 해결되는 부문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중복 자산을 해외에 매각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 엄청난 규모의 자산을 인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세계적 기업의 수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며, 만일 이들 기업이 인수하지 않는다면 빅딜로부터 기대하는 이익은 상당부분 줄어들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국내 빅딜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해외의 초대형 M&A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대방 회사와 주식교환을 통한 거래가 없다는 것이다. 주식교환은 인수회사에게 추가 차입의 부담을 주지않는 장점이 있으며, 따라서 초대형 거래도 가능하게 한다. 이에 반하여 국내 빅딜은 철저하게 소유권 중심의 거래이며, 그 결제 방법 또한 현금 또는 부채인수 등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인수하는 측에서는 대규모 자금의 동원이 불가피하며, 증자를 통한 자금유입이 어려운 경우에는 인수측에서는 차입으로 인한 재무구조의 악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현금지급 방식의 M&A거래는 미국에서는 적대적 M&A나 우호적M&A인 경우에는 인수회사가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경우로 한정됨을 볼 때, 현재의 높은 부채비율과 향후 그 비율을 낮춰 가야하는 입장인 국내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