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그룹:5(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길림성 혼춘시 강관유한공사/중 건설붐 타고 강관공략 “뜀박질”/현지업체 품질보다 싼값구매 더 무게/동북대도시 대상 내수확대에 총력전/나진과 93㎞… “언젠가 북진출기지” 준비 만전중국 길림성 혼춘시는 한때 잘 나가는 도시였다. 중국과 러시아의 연해주 지역 그리고 북한의 나진·선봉을 잇는 핵심지역에 해당된 탓이었다. 그래서 몇해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경기가 활발했고 한국기업들의 진출도 두드러진바 있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아무래도 북한의 개방정책이 가시화되는 시점이 혼춘의 경제부흥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혼춘시에 있는 길림현대강관유한공사는 현대강관의 현지법인인데 바로 이같은 「때」를 기다리며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총투자비 5백80만 달러 자본금 2백80만달러이다. 종업원 수는 장춘사무소 8명을 합쳐 47명이다. 지난 95년 7월 공사에 착공하여 96년 4월 26일에 준공식을 가진 현지공장은 저압 유체 수송용 용접강관(흑관)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 지역이 본격적인 개발열풍을 타면 큰 성공을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 사정은 여의치가 않다. 『지난 93년경 혼춘에는 업청난 부동산 붐이 일었습니다. 훈춘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나호카, 북한의 나진·선봉을 하나의 경제특구로 잇는 금삼각개발이 눈앞에 닥친 것같은 상황때문이었지요. 그러다가 북한의 개방 속도가 늦어지고 러시아 역시 당초 의욕과는 달리 개발자금이 부족해 매사가 뜻대로 되지 않았지요. 중국쪽 사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박재식 부총경리의 말이다. 때문에 파이프값이 톤당 6천3백원(인민폐)하던 것이 3천3백원까지 떨어지는 등 파이프 시장이 큰 불경기에 빠지는 어려움을 겪게됐다. 때문에 현재 연산 3만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모두 가동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되자 중국 현지 수요자들도 품질 보다는 싼게 비지떡이라고는 하지만 과거 사용하던 열악한 제품을 이용하는 경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중국 동북지방에 보통 유통되는 저압 유체 수송용 용접강관의 경우 현지에서 통용되는 제품들이 품질이 낮아 유통가격이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어, 현대강관의 제품이 제값을 받기가 무척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이다. 박부총경리는 『우리 회사 제품이 중국 동북지방은 물론, 중국 전역을 통털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고 있지만 가격이 문제이다』면서 『중국 사람들은 50원만 비싸도 구입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말하자면 리베이트를 따먹을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외상판매가 가능하지만 중국에서는 무작정 외상판매를 할수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간접자본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물류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대강관은 이같은 이유때문에 우선은 생산량을 최저수준에서 적정 관리하는 준비단계를 갖출 예정이다. 또한 백관 수요를 커버할수 있도록 이웃 연길시에 도금업체를 개발하고 수출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김관영 총경리는 장춘에 있는 사무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동북지역의 대도시를 대상으로 내수확대에 진력하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우선은 내수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비전을 찾을 필요가 있다. 『파이프는 우선은 부동산 경기에 크게 좌우됩니다. 그러나 중국 동북지방의 부동산 개발 가능성만 갖고 우리 회사의 진로를 생각할수는 없지요. 시베리아의 가스유전을 한반도로 연결하는 대구상이 언젠가는 구체화될 것으로 봅니다. 또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나진·선봉이 본격적으로 개방되면 이 일대는 건설 붐에 파뭍히게 될 것이 뻔합니다. 우리 공장은 바로 그같은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부총경리는 현지서 느낀 바를 이렇게 전하면서 『사업이라는게 원래 불황기에 투자해서 보다 큰 기회를 기다리는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무엇보다도 혼춘은 조선족의 도시이다. 김석인 혼춘시장도 조선족이다. 말이 통하는 인력을 얼마든지 구할수 있고, 현지 조선족에게 부를 안겨준다는 의미도 있다. 더구나 혼춘에서 북한의 나진까지는 93㎞로 가까우니 북한으로 진출할수 있는 토대 역할도 할수 있다. 혼춘에 가까운 스바튜오지해관 을 통하면 바로 북한의 신성이다. 물론 지금은 우리 기업들이 이 길을 이용할수 없지만 언젠가는 이 해관을 통해 북한에 직접 제품을 공급할수 있을 것이다. 산내들, 쌍방울등 국내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것도 혼춘의 가능성을 짐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한국인 사기사건이 빈발하는 바람에 현지 조선족들의 대한감정이 많이 악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얼마전에도 훈춘에 별장을 얻어 들어온 한국인 노부부가 조선족들로 부터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려 사회적인 문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연길에서 만난 조선족 택시 운전사 조대룡씨는 『혼춘에 한국인 회사들이 많이 들어서자 조선족 사회에 기대감이 충만해진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가깝고도 먼 사이가 된 것같다』고 말했다. 혼춘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또 하나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현대강관의 혼춘 현지공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새시장을 개척하느라 분투하고 있다. 중국의 조선족과 한국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도 하면서 북한의 개방을 측면 지원할수 있는 교두보를 착실히 쌓아가고 있는 현대강관의 훈춘공장은 동북아 시대를 이끌어 갈수 있는 첨병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혼춘시(중국)=이용웅> ◎UNDP의 한축 혼춘시/조선족 8만거주 경제특구… 「두만강개발」 참여노린 외국기업 상륙 봇물 연길에서 혼춘까지는 자동차로 2시간 거리다. 두만강을 따라 건설된 이 길을 가다 보면 도랑물처럼 왜소해진 두만강 건너편에 북한 땅이 보인다. 아이들이 소를 몰고와 언땅에 늘어붙은 풀을 뜯기려는 모습도 보이고, 가는 연기가 새어나오는 시커먼 굴뚝도 눈길을 끈다. 북한 어린이가 얼음을 타는데, 금방이라도 중국쪽으로 넘어올 것처럼 위태롭다. 현대강관이 들어선 혼춘시에는 「혼춘변경경제합작구」라는 공단이 있다.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이 곳에 불기시작한 개방·개발 붐에 더욱 불을 지피기 위한 것이었다. 이 합작구는 두만강 하류지역과 혼춘시의 개발건설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국무원의 허가를 거쳐 지난 92년 9월에 설립된 국가급 개발구로 수출가공업과 금융무역, 저장운수, 상업서비스, 거주오락, 문화교욱등 여러가지 서비스 기능을 갖추고 있다. 중국이 변경중의 변경인 혼춘에 이처럼 신경을 쓰는 것은 이곳이 유엔개발계획(UNDP)이 두만강개발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특구로 개발중인 나진·신봉 지역과 연해주를 이어주는 금삼각의 한쪽 끝이 바로 혼춘인 것이다. 혼춘이 또 우리 기업에게 각별한 이유는 바로 조선족 때문이다. 인구 20만명 중 조선족이 47%인 8만명에 달하고 시장도 조선족이다. 그러나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조선족은 시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는데, 개발 붐이 일면서 한족들이 대거 몰려와 인구비례가 역전됐다. 거리에는 한복이 물결을 이루면서 한국말이면 안통하는데가 없던 곳이 이제는 한족에 의해 서서히 잠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혼춘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합작구는 전체면적이 88평방㎞인데, 갖가지 세제상의 특혜와 비교적 저렴한 투자원가를 보장해주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 자루비나와 철도가 연결돼 철도를 이용한 국경무역이 이미 시동을 걸었고, 북한쪽과도 다리 하나면 건널수 있는 지리적인 이점이 있다. 때문에 혼춘은 90년대 초부터 부동산 붐이 일어 곳곳에 새건물이 들어서는등 파이프 수요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런데 북한의 개방 속도가 알수없는 미지수가 되고 중국 역시 동북지방의 경제가 지지부진하면서 지금은 약간 침체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혼춘은 북한의 개방이 본격화되면 금방 중국은 물론이고 대북진출의 전초기지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며 시베리아의 개발이 겹쳐지면 떠오르는 별이 될 것이다. 현대강관은 바로 이 혼춘에 둥지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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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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