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IT혁명에 반도체 수요 급속 증가… 한국 글로벌 독주 계속될 것"


SetSectionName(); [서경이 만난 사람]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IT혁명에 반도체 수요 급속 증가… 한국 글로벌 독주 계속될 것" 대담=고진갑 산업부장 go@sed.co.kr 정리=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T기기들이 모바일ㆍ스마트화(化)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디지털 문명’이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독주체제는 계속될 것입니다.” 권오철(52ㆍ사진)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지난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반도체의 성장성과 이 분야에서의 성공을 자신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의 천재들은 로켓을 만들고 있는데 한국의 천재들은 한의원에서 진맥을 짚고 있다”면서 고급인재들이 안정적인 직업만 선호하는 현상을 안타까워하며 인재확보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올 들어 분기마다 사상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권 사장. 그는 반도체 산업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리고 반도체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알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 대치동의 하이닉스 서울사무소에서 그를 만났다. 인사를 나눈 후 바로 최근 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신사업’ ‘신성장동력’에 대한 하이닉스의 구상이 무엇인지 물었다. 권 사장은 “핵심사업인 메모리반도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 될 때까지 사업을 추가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모바일ㆍ스마트IT 기기들이 급증하는 ‘제2의 IT혁명’이 일어나면서 정보를 생산, 소비, 처리하기 위한 메모리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해마다 정보 처리량은 40~50%씩 증가하고 있으며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의 경우 일 년에 두 배씩 늘어날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메모리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이 분야에 계속 집중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갖췄을 때 기술적, 재무적 여력을 가지고 인접산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이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점유율을 합하면 전세계 D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이 같은 한국 업체의 독주체제는 디지털 문명이 지속되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유에 대해서는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신규 업체의 시장진입이 어려운데다 규모의 경제 효과와 투자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삼성전자, 하이닉스, 일본 엘피다, 미국 마이크론 등 상위 4개사만 생존한 상태로 1ㆍ2위군과 3ㆍ4위군의 격차도 더욱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수인재 확보가 녹록하지 않다는 애로사항도 토로했다. 권 사장은 “ 우수한 인재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현상이 안타깝다”며 “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고급인재가 첨단산업에 지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우리 회사에 40~50명가량의 병역특례자들이 배치됐는데 지금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며 “정부 차원의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D램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반도체 시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올해 반도체 공급이 많이 늘었는데 세계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아 예상만큼 재고가 소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반도체 경기는 산업 외부적으로 세계경제 회복 여부와 환율 움직임, 산업 내부적으로 제품의 수급균형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계절적으로 상반기에 약한 상저하고(上低下高) 경향을 보인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올해 공급 증가분이 소진되고 내년 하반기에 수급균형을 이루며 안정적인 경기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가격에 대해서는 시장수급에 따라 결정될 문제지만 상위업체들의 이윤창출이 어려울 정도로 하락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경영환경 가운데 가장 큰 걸림돌로 꼽은 환율에 대해 권 사장은 “반도체는 수출 위주의 산업이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면서 “내년에는 원화가치가 절상될 것으로 가정하고 사업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올 4ㆍ4분기 시황 악화 속에서도 선방하면서 연간 사상최대 실적은 무난히 거둘 것”이라며 “지난 3ㆍ4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이 9조3,500억원을 이미 상회한 수준으로 역대 최대인 2007년의 8조6,000억원을 넘어선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하이닉스의 기술수준이 세계최고 수준에 진입해 반도체 가격 하락에도 수익성이 악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D램의 경우 공정기술이나 제품력에서 세계최고라고 자부하며 낸드플래시의 경우 선두업체보다 늦게 진출해 지난해까지 기술격차가 있었으나 8월 20나노급 양산을 시작하며 기술격차가 대부분 해소됐다”고 전했다. 또 “D램은 30나노급 개발에 성공해 내년 1ㆍ4분기 양산에 들어가기 위한 시설투자를 할 것이며 내년 20나노급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투자계획에 대해 권 사장은 “올해 3조4,000억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내년에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3조원 수준으로 시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술개발 및 미래제품 개발, 공정기술 업그레이드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미래 성장동력을 갖추기 위해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권 사장은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가능성이 큰 제품인 Re램은 9월 HP와 제휴해 공동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D램을 일부 대처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인 STT램도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그란디스와 2008년 4월 제휴를 맺고 개발을 진행 중이며 지식경제부 주관으로 삼성전자와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권 사장은 “차세대 메모리 개발이 완료된다 해도 본격적인 양산은 시장상황 및 수익성 등을 고려해 시작할 것”이라면서 “당분간은 현재 메모리 제품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만한 차세대 제품이 양산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차세대 메모리 각 제품의 특성을 활용한 특수 애플리케이션이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정도로만 구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최근 현대건설 인수전이 난항을 겪으면서 하이닉스 역시 새 주인 찾기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사업의 특성상 훌륭한 주인이 있으면 긍정적인 면이 많기 때문에 좋은 주인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냥 주인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인 만큼 소유구조와 관계없이 자생할 수 있는 ‘오래가고 좋은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인 찾기가 어려울 경우 제3의 지배구조가 필요하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주주협의회에서 상의해 하이닉스에 적합한 지배구조를 논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약력 ▦1958년 경북 영천 ▦1981년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1984년 현대그룹 입사, 현대상선 근무 ▦1989년 현대전자 근무 ▦1994년 현대전자 미국 현지법인 기획ㆍ투자관리 담당 ▦1999년 현대전자 영업본부 메모리반도체 마케팅팀장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 CFO 재무기획 담당(상무) ▦2002년 하이닉스 전략기획실장(전무) ▦2007년 하이닉스 대외협력실장(전무) ▦2009년 하이닉스 중국생산법인(HNSL)장 ▦2010년 2월 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IT 발전할수록 인본정신 중요" 사람 중시 경영 ● 권오철 사장은 권오철 사장은 사람을 가장 중시한다. 그의 경영철학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도 휴머니즘을 앞세운 인본(人本)정신이다.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최고경영자(CEO)가 '사람'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권 사장은 "IT산업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가치는 더욱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라며 "훌륭한 비전과 전략도 사람(조직원)의 단합과 공유가 없다면 성과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국민을 위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정부)'이라는 말을 인용해 "하이닉스는 사람을 위한, 사람의, 사람에 의한 기업'이라고 말하곤 한다. 사람(종업원)이 역량을 발휘해 사람(소비자)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바로 기업활동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오래가고 좋은 회사'라는 하이닉스의 비전에도 이 같은 인본정신이 묻어 있다. 권 사장이 취임 이후 제시한 네 가지 경영방침 가운데 한 분야가 바로 '인본정신 고양'이다. 그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켜나가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권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직원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직원들 역시 권 사장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하이닉스의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다. 권 사장은 특히 하이닉스의 탄생과 부진ㆍ성장을 오롯이 겪은 인물이기도 하다. 현대그룹 공채로 입사해 현대전자와 하이닉스를 두루 거쳤다. 단순히 오래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그는 하이닉스가 어려웠을 때 얽힌 문제를 푸는 데 항상 앞장섰다. 신규 사업 개발 및 해외투자 관리,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R&D) 등이 그의 손에서 이뤄졌다. 각종 국제 통상 및 특허 협상도 그를 거쳤다. '협상의 전문가' '재무전략통'이라는 평가도 그의 삶의 궤적에서 나왔다. 풍부한 경험을 통해 구축한 글로벌 인맥 네트워크도 그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가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으로 취임하자 국내외 투자자들과 주요 고객사들이 축하를 보내왔다. 당연히 될 사람이 됐고, 앞으로 하이닉스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한꺼번에 밀려든 것이다. 그는 취임 이후 빡빡한 해외 스케줄을 소화해내고 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해외 투자자 등 지인들을 직접 만나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하이닉스는 현재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올해 뛰어난 성과를 거뒀지만 이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느냐가 그것이다. 그는 지난 3월 취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3년이 하이닉스의 명운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취임 후 1년여를 보낸 그가 또 다른 2년을 어떻게 구상할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中 생산법인 설립 진두지휘… 올 분기마다 사상최대 실적 ■ 권 사장 취임 후 하이닉스의 변화 권오철 사장 취임 이후 가장 돋보이는 변화는 하이닉스의 실적향상이다. 올 들어 분기마다 사상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 같은 변화는 권 사장이 중국시장 선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중국 생산법인 설립을 진두지휘한 공이 컸다. 권 사장은 전략기획실장 재임 당시 ST마이크로(2008년 3월 이후 뉴모닉스로 사명 변경)와의 합작을 통해 중국 우시에 생산법인 HSCL을 설립했고 합작법인이 설립된 지난 2005년 4월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이사격인 동사장(董事長)’을 겸임해왔다. HSCL은 2008년부터 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50%가량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해 세계 최대 D램 시장인 중국에서 1위의 점유율(2009년 기준 45%)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하이닉스는 올해 1ㆍ4분기와 2ㆍ4분기에 연달아 사상최대 분기 매출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2ㆍ4분기에는 매출액 3조원,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3ㆍ4분기에는 창립 이래 최초로 분기 순이익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미 올 3ㆍ4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만도 9조3,500억원, 영업이익은 2조8,5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금까지 올린 연간 실적보다도 높다. 올해 연간으로는 매출액 10조원, 영업이익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사제도 변화도 눈길을 끌고 있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권 사장의 경영철학이 새로운 인사제도 도입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 하이닉스는 최근 직위체계를 단순화하고 정기승진을 폐지하는 내용의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직위를 ‘선임-책임-수석’의 3단계로 단순화하고 ‘인사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 연간 단위로 누적된 마일리지가 기준에 도달하면 해당 직위를 부여한다. 또 개인의 성과와 능력을 매년 누적 평가해 보상에 반영함으로써 연속적으로 연봉 상승이 가능하게 됐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하고 평상시 성과에 대해 누적적이고 연속적인 보상이 이뤄져 업무몰입도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 사장은 “그동안 직원들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업계 선두로서의 위상에 맞는 보상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열공(열심히 공부) 모드’에 푹 빠진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권 사장이 “교육은 임직원의 권리이자 의무이며 윤리”라고 강조하면서 업무시간의 10%를 학습에 할애하는 ‘하이닉스 10% 법칙’을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각 팀 단위로 학습조직이 생기는 등 전사에 교육체계가 활성화돼 전직원이 학습에 열정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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