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FRB “채권시장 혼란 내탓이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고위간부가 최근 거시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통화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을 시인했다. 리치먼드 연방은행의 알프레드 브로더스 총재는 20일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FRB가 최근 몇 달 사이에 신뢰를 잃었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FRB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멤버가 FRB의 신뢰도 실추를 인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5월 이후부터 앨런 그린스펀 의장을 비롯, FRB 간부들이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국채(TB)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가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얼버무리는 과정에서 채권시장이 폭등과 폭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에 채권 딜러들은 FRB가 실탄(금리 인하)이 부족한 상태에서 비상 경고를 울림으로써 시장이 실제상황으로 오인했다며 그린스펀 의장을 비롯, 중앙은행 간부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제기됐다. 10년만기 TB 금리는 5월초 그린스펀 의장이 디플레이션을 경고한후 50년만에 최저인 3.07%까지 폭락했다가 그후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없다고 발언을 바꾸면서 폭등세로 돌변, 20일 현재 4.42%로 오르는 등 미 채권 시장이 투기장화했다. 브로더스 총재는 “우리(FRB)는 시장에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했을 뿐”이라며 시장이 FRB의 문서와 간부들의 발언에 과민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FRB가 이 같은 점까지 감안, 문구와 어투를 조정했어야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벤 버낸키 FRB 이사도 최근 경기 회복을 위해 FRB가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는 뜻을 밝히는 과정에서 채권 시장이 지나치게 반응한 것에 놀랐다고 실토한바 있다. 지난 7월 그린스펀 의장은 상원에서 디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TB 매입과 같은 비전통적 수단의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다가 채권시장이 폭락하자 다음날 하원에서 이를 수정하는 등 진땀을 뺀 적이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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