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골수기증 희망자 있어도 검사비용 없어 못받는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수혈연구원 골수사업팀에 골수기증 희망자의 「항원검사」를 위해 책정된 올 예산은 6억8,000만원. 97년에는 8억원으로 편성됐지만 IMF로 1억2,000만원이 삭감됐다.6억8,000만원 중에는 일부직원의 인건비와 홍보비, 물품구입-포스터제작 및 운반비까지 포함돼 있어 순수하게 항원검사에 들어가는 예산은 이보다 훨씬 적은 셈이다. 그런데 올 예산이 이미 오래전에 바닥이 나 골수를 기증하고 싶어도 항원검사는 내년에 받아야 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항원검사에는 개인당 20만1,310원이 드는데 예산없어 더이상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적십자사 골수사업팀에 골수기증 의사를 밝히고 신청서를 교부해 간 사람은 400여명. 그중 100여명이 접수를 마친 상태이지만 항원검사는 내년이나 돼야 가능한 실정이며 매일 신청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부산에 살고 있는 회사원 김모(여·44)씨는 『얼마전 골수기증운동을 벌이는 TV캠페인을 보고 관련기관에 문의를 했더니 내년도 희망자만 예약·접수한다는 말을 듣고 허탈했다』면서 『죽음을 앞둔 절박한 환자들의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항원검사를 미룬다는 것은 상식밖의 일』라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에 살고 있는 류모(남·37)씨는 『간혹 특별히 시간을 다투는 일도 아닌 사업에도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일에 이렇게 융통성이 없을 수 있느냐』면서 요란한 구호보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활속의 복지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한적십자사 송지열(宋志烈) 골수사업팀장은 『골수기증사업을 원활하게 전개하기 위해 복지부에 예산증액을 건의하고 있지만 내년도 올 수준으로 동결될 것 같다』면서 『골수기증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확대 등 사회여건을 감안해 예산편성이나 집행이 탄력적으로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혈병 어린이를 두고 있는 한 부모는 『골수기증자에 대해 취업시 가산점을 주거나 병원치료비의 일부를 지원해 주는 정책을 세워도 모자라는 판에 예산때문에 항원검사를 미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관련 부서에서는 분위기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보건복지부 질병관리과 오홍식(吳洪植) 사무관은 『94년부터 지금까지 골수기증 의사를 밝힌 사람은 2만200여명』이라면서 『앞으로 골수기증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예산확보를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이지 올해 책정된 예산은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의 경우 다른 사람의 골수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매년 5,000명정도 새로 발생하고 있으며 혈액암이나 혈액질환 환자는 2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골수이식이란=혈액암(백혈병)·혈액질환(재생불량성 빈혈), 유방-난소암환자의 치료를 위해 정상적인 조혈모세포를 갖고 있는 사람의 골수를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을 말한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골수를 머리에서 뽑는다고 생각하는 데 그렇지 않다. 골수는 골반에서 뽑는다. 피보다 더 진한 검붉은 색이며 점액질의 농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누구나 원한다고 주고 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증자와 환자의 백혈구 표면에 있는 6개의 조직적합항원(HLA)이 일치해야 한다. 의학계에 따르면 HLA가 적합할 가능성은 형제간이라도 20%에 불과하고 비혈연 관계라면 수만분의1 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증자가 많아야 암환자의 치료 가능성도 높아진다. 박상영 기자SANE@SED.CO.KR

관련기사



박상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