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나라의 환율정책을 문제 삼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구속력은 없다. 그럼에도 기축통화국의 재정당국이 매년 두 차례씩 비슷한 경고를 보내는 게 예사롭지 않다. 그러지 않아도 최근 원화환율의 변동성 확대로 골머리를 썩이는 상황이다. 수출기업 역시 원고에 비상이 걸려 있다.
이번 보고서는 큰 줄기에서는 예전과 다를 바 없지만 각론에서 적잖은 차이점이 발견된다. 한국 정부에 압력(press)을 넣을 것이라는 종전 표현을 삭제하고 대신 권장(encourage)이라는 완곡한 용어를 사용했다. 부당한 간섭으로 비칠 수 있는 표현이 배제된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압박 수위가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각론에서는 오히려 더 치밀해졌다. 평가 분량부터 1쪽에서 3쪽으로 크게 늘었다. 시장에 개입한 것 같다는 막연한 추측을 넘어 이번에 구체적인 개입시점과 규모를 적시한 점이나 수출을 성장 엔진으로 삼지 말라는 충고도 거슬린다.
외환당국은 이에 대해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금융시장 안정 임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따지고 보면 지금과 같은 환율시장 급변동은 미국의 달러살포 정책의 탓이 크다.
자국통화를 무제한 찍어내 달러가치를 낮추는 것은 괜찮다고 보고 그 후유증을 차단하려는 정책대응에 이러쿵저러쿵 트집을 잡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미국이 일자리를 지키자면 자국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일이지 남의 나라 수출정책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난센스다. 막대한 무역적자로 일자리를 잃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만든 게 지금의 환율보고서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