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가차없이 끊다

제3보(25~45)


흑25는 근거를 마련하는 상용 수법이다. 우악스럽게 덮칠 예정이었던 왕밍완은 여기서 선뜻 다음 수를 두지 못하고 15분을 망설였다. 형태의 급소는 29의 자리인데 당장 그곳을 둘 수가 없다. 참고도1의 흑2 이하 10까지 되고 보면 백 3점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잡히게 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왕밍완은 우변을 키우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백36까지 예정대로 우변을 최대한 키우는 데 성공. 백이 별로 나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루이와 서봉수의 공통된 견해였다. “다만 공연한 손찌검을 해둔 것이 나빴어요.” 루이의 말이다. 백26을 하나 두어둔 것을 지적하는 것. 계속해서 가로 눌러막을 예정이 아니라면 백26은 악수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주장이었다. 서봉수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왕밍완 같은 난투파의 바둑은 그런 사소한 것에서 판가름이 나지 않는다고 나중에 서봉수가 말했다. 정작 서봉수가 지적한 것은 백38로 젖힌 수였다. 참고도2의 백1로 그냥 늘어두고 흑2를 기다려 3으로 진출하는 것이 올바른 행마였다는 것. 가차없이 장쉬는 45로 끊었다. “기백 좋고!” 서봉수의 탄성. 끊은 흑45를 백이 잡아먹는 수가 없다. 그렇다면 아래쪽 백 전체가 곤마로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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