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다모클레스의 검' 아래 있는 한국경제




"옥좌에 앉아보고 싶나. 그럼 한번 앉아보게"


기원전 4세기 시칠리아의 왕 디오니시우스는 신하 다모클레스가 옥좌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자신을 부러워하는 것을 알고 하루 동안 옥좌에 앉아보라고 권했다.

냉큼 옥좌에 앉은 다모클레스가 행복해한 것도 잠시, "천장을 바라보라"는 왕의 말 한마디에 혼비백산해 옥좌에서 도망친다. 바로 머리 위에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이 말총 한 가닥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가. 난 항상 내 자리가 위태하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머리 위에 칼을 매달고 있다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쓰이는 '다모클레스의 검'이라는 말의 유례다. 이를 망각한 권력자는 어느 순간 권력을 잃었고 기업은 경제전쟁에서 밀려 도태됐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이런 기업들을 수없이 목도했다. 한때 세계적인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러더스도 한국을 비롯해 17개 신흥시장을 대상으로 '다모클레스 조기경보시스템'이라는 분기보고서를 내놓다 정작 자신이 그 칼에 맞아 몰락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시퍼런 칼날이 떨어질 수도 있는 위기가 바로 머리 위에 걸려 있는데 그 사실조차 모르는 듯하다. 권력 주변에서 퍼져 나온 '문고리 3인방'과 '십상시' 얘기부터 금융권력 망령까지 꼭 그 모양새다.

곳곳서 경보음 울리는 위기상황


'땅콩리턴'사건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연말만 되면 수없이 잘려나가는 직장인과 경기침체로 허덕이는 소상공인, 취업이 안 돼 몸부림치는 취업준비생에 이르기까지 한숨만 커지면서 악에 받쳐가는 현실을 알기나 한 것인지 안타깝다. 이 사건이 진정되기는커녕 갈수록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사건 추이에 따라 수많은 인터넷 댓글이 올라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코미디 프로의 '갑과 을'이라는 코너가 왜 인기를 끌고 있는지 한 번이라도 이유를 곱씹어봤으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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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결코 갑자기 오지 않는다고 했다. '1대29대300'이라는 법칙도 그래서 나왔다. 심각한 사고 1건이 일어나기 전에 29건의 경미한 사고가 발생하고 그 전에 300건이나 되는 위험요소가 나타난다는 얘기다. 이를 무시했다가 큰 사고를 맞는다는 것이다.

이는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에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다. 경제·조직문화·사회분위기 등에도 모두 적용된다. 이미 이들 전반에 수많은 위험요소와 경미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문고리 3인방, 땅콩리턴 사건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이런 문제로 몸살을 앓아도 될 정도로 지금 한국 경제도 한가롭지 않다. 이미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를 먹여살리던 주력산업이 줄줄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미약하나마 이어지던 회복세의 불씨도 점점 약해지는 추세다. 갈수록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하는 가운데 러시아 경제 붕괴, 신흥국 불안 등 새로운 복병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최근 '낮은 기대감 속에서 시작되는 2015년'이라는 제하의 한국 증시 전망보고서에서 지적한 경고를 결코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한국 기업들의 올해 대비 내년 이익성장률 전망치가 최근 1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일 것이라는 게 그 핵심이다. 이대로라면 내년이 올해보다 더 암담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비이성적 탐욕 버리고 힘 모아야

처지가 이런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권력층과 비권력층, 갑과 을의 양극화 구조마저 심화되면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비이성적 탐욕을 버리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상황과 미래 먹거리 부재, 이것이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암울한 현실이다. 그동안 고도성장을 해온 대한민국이 어쩌면 새로운 흐름으로 가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지 모른다. 자칫 잘못하면 갈등이 더 커지면서 분노가 폭발할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머리 위에 걸려 있는 칼이 진짜 떨어진다.

/이용택 산업부장(부국장) yt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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