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매매시장 호황 부산, 재개발 사업은 표류

시세 대비 땅값 비싸 사업성 악화 … 정비구역 177곳 중 90곳 무더기 해제

매몰비용 놓고 시 - 조합 갈등 우려


최근 전국에서 유일하게 주택시장이 호황기를 누렸던 부산에서 유독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은 지지부진해 몸살을 앓고 있다. 주택 거래량은 늘고 있지만 분양가 상승률은 주택 거래량 및 매매가격 상승률에 미치지 못해 수익률이 나지 않아 곳곳에서 정비구역 해제가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부산진구 당감동 일대 당감3주택재개발정비구역과 당감8구역이 지구지정에서 해제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북구 구포5주택재개발구역, 10월에는 구포6구역이 줄줄이 해제됐다. 특히 지난 2005년 10월 쌍용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구포5구역은 북구 구포동 6만8,000㎡ 부지에 최고 30층 1,113 규모를 건립하는 사업지였지만 지난해 2월 쌍용건설이 조합에 투자한 46억5,000만원을 단념하면서까지 시공권을 포기해 이목을 끌었다.


이처럼 부산 내 정비사업이 표류하자 지난해 5월 부산시는 전체 177곳에 달하는 재개발·도시정비사업 지구 가운데 90곳을 해제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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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는 매매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부산에서 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지역별 양극화가 심한데다 수익성을 올릴 수 있을 만큼의 분양가 책정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구포동 인근 K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민들의 기대수준은 높은 반면 수익은 나지 않기 때문에 시공사와 엇박자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의 재개발 담당 관계자 역시 "부산은 양호한 주거단지로 꼽히는 해운대구를 비롯해 연제구·동래구 정도만 재개발 사업이 가능하다"며 "땅값은 높게 형성돼 있지만 아파트 시세는 3.3㎡당 700만~800만원선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나지 않아 사업진행 자체가 어려운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산 지역의 3.3㎡당 분양가는 811만원으로 전년 말(855만원)과 비교해 5.3% 하락했다. 주택 거래량 증가가 분양가 상승을 견인하지 못해 조합 입장에서는 수익을 올릴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결국 전문가들은 매몰비용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서울 뉴타운·재개발 못지않게 부산 도시정비사업 역시 매몰비용을 둘러싼 불협화음으로 출구전략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부산 도시정비사업의 매몰 비용을 약 4,5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부산은 호황 장세가 끝나가는 시기"라며 "매매시장이 호황기였던 지금까지 조합이 수지를 맞추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수익성을 내기는 어려워 서울 뉴타운 사업과 같이 매몰비용을 둘러싼 시와 조합 간의 불협화음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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