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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문가들만 모여서는 답이 안 나옵니다. '사람의 삶'에 초점을 맞춘 경제운용 체계가 필요해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2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국가 시스템 개조 미래 컨퍼런스' 특별강연에서 국가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키워드로 '소통'과 '협력'을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알려진 그인 만큼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청중들은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했다.
김 원장은 한국사회의 갈등구조에 대한 시대적 고찰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불신과 갈등인데 이것은 결국 정치 민주화가 이뤄진 1987~1997년 극대화됐다"며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과거는 기업 효율성과 경쟁논리를 중요시했는데 이제 소외계층의 사회적 권리가 강하게 대두되면서 기업 효율성과 내부적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권리의 중요성이 더 커진 것은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소위 진보세력이 힘을 갖게 된 1998년 이후부터다. 김 원장은 "그러나 외환위기 결과 우리는 기업 경쟁력이 없으면 스스로 세계시장에서 쇠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구조조정은 만족스럽게 끝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08년 다시 보수세력이 다시 힘을 갖게 된 지난 정부에 성장이 다시 중심에 왔는데 고용률도 높이지 못하고 중소기업도 어려워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젊은 사람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기 어렵게 됐다"고 술회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에 대해 많은 비중을 두는 공약을 만들었고 현재 이것이 재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이런 갈등이 있더라도 믿으면 갈등이 상대적으로 쉽게 해소되는데 서울경제신문 조사에서도 나왔지만 서로를 믿는 신뢰도가 아주 낮다"며 그 원인으로 ▦급격한 사회ㆍ문화적 변화 ▦정부의 책임 ▦부정부패 ▦공정한 법 집행에 대한 불신 ▦양극화와 계층갈등의 심화 ▦잠재적 갈등의 다양화 ▦사회적 협력체제의 부재 ▦준법질서의 미비 등 8가지를 꼽았다. 그는 "이들을 꿰뚫는 공통점은 공정성, 투명성, 사회적 협의 시스템"이라며 "공정성을 회복하고 투명한 정부를 만들고 이를 통해 소통ㆍ협력하는 문화적 풍토를 만든다면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특히 민관협력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최근 세제개편ㆍ기초연금 등도 계층 간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왜 전문가들만 모여서 논의했나"라며 "세법개정안은 세제 전문가만 모일 게 아니라 국민대통합위원회와도 논의하고 기초연금은 보건복지부 혼자 할 게 아니라 국민대통합위나 사회단체와 같이 모여서 했으면 지금 나온 여러 문제가 일부 해소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과 소통의 문화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그래서 소개한 것이 네덜란드 사례다. 김 원장은 "네덜란드에서 우리나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같은 단체를 방문했는데 1~2층 전체가 회의실이고 사무직원은 3층에만 일부 있더라"며 "이슈가 생길 때마다 모든 회의실에 관련된 사람이 다 모여서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후적으로 문제가 훨씬 적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근 극심한 사회갈등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원인은 '일자리'라고 했다. 김 원장은 "고용률이 65%이라고 나오지만 고용률 구조를 보면 젊은 사람이 괴롭게 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에게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건전한 풍토 속에서 경제가 움직인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도 정책 우선순위를 고용 쪽에 둬야 사회통합은 물론 중산층 복원을 실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문화'의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우리 사회를 움직이고 우리 의사결정과 행동 패턴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문화"라며 "협력ㆍ소통할 수 있는 문화가 곧 창조경제의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