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세상] 앞으로 40년, 저성장·불평등·기후변화 대비하라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br>(요르겐 랜더스 지음, 생각연구소 펴냄)


인간 탐욕·자원 고갈로 미래사회 갈수록 암울
빚 많은 미국 특히 심각


지난 2009년 10월 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대통령과 부통령, 장관 11명이 몰디브 기리푸시 섬 바닷물 속에 들어가 30여분간 회의를 진행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물 속 회의를 감행한 이유는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국토가 물에 잠기고 있는 심각한 사태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다. 몰디브의 침몰은 인간의 탐욕이 자원 고갈과 기후 변화로 이어져 결국 생존까지 위협하는 사례의 가장 극단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성장에 대한 끝없는 추구와 소비 지상주의가 지구를 망가뜨리고 결국 붕괴로 이어지게 되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명제는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의 결정적인 시작은 41년 전 연구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적인 비영리 연구 기관인 로마클럽은 1972년 MIT의 젊은 과학자 4명에게 '인류의 위기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위임한다. 과학자들은 2년간 연구한 뒤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라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한다. 끝없는 성장과 인간의 무한한 욕망에 경종을 울린 보고서는 '인류의 미래'에 관한 기념비적 저서가 됐고, 이후 미래학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과학자 4명 가운데 한 명이자 세계자연보호기금(WWF) 부국장 출신인 요르겐 랜더스 노르웨이 경영대학원 기후 전략 교수는 보고서 발간 40주년을 맞은 지난 해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해 다시 주목 받았다.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원제 2052: A Global Forecast for the Next Forty Years)'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은 로마클럽 공식 보고서로도 채택됐다.

저자는 책은 40년 전 보고서가 제시한 12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3번째 안, 즉 '재생 불가능한 자원 이용 증가와 오염 방지 기술 개발 노력'에 주목했다. 이 예상이 2052년까지 현실화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저자가 내다본 인류의 미래상은 무척이나 암울하다. 화석 연료는 고갈되고 성장도 정체되며 극심한 기후 변화, 자연 파괴와 함께 불평등이 심화하리라고 내다본다. 저자는 앞으로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칠 다섯 가지 요소인 자본주의, 경제성장, 민주주의, 세대 간 불평등, 기후 변화의 양상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저자는 세계 인구는 예상보다 일찍 정점을 찍어 2052년이 되기 전에 이미 줄어들고 있을 것이라며 상품과 서비스의 세계적 소비도 2045년에 최고점에 도달한 뒤 하강 곡선을 그으리라고 전망한다. 인류는 지금보다 300㎏이나 많은 1,300㎏의 식량을 연간 소비하는 바람에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서 온난화가 촉발된다. 특히 미국에 대한 전망은 무척 비관적이다. 심각한 부채와 기후 피해에 따른 비용 때문에 40년간 정체를 겪고 초강대국의 지위마저 잃어버릴 것으로 예측한다.

관련기사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저자는 거시적 전망을 촘촘히 풀어놓으면서도 개인의 생활이 어떻게 바뀌고 이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그는 "소득보다는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자세로 변화를 꾀하고 교외의 삶보다는 도시의 삶에 익숙해야 하며 훼손될 수 밖에 없는 자연 유산을 하루라도 빨리 둘러볼 것"을 권한다. 아울러 "기후 변화의 피해에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는 지역을 생활 터전으로 삼고, 저성장 시대에 적응하면서 행복을 추구할 방법을 찾을 것"을 조언한다.

국제 사회에는 좋은 성장과 나쁜 성장을 구분하고 좋은 성장과 좋은 하락을 축하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저자는 "암울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의 상황을 지금부터 대비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일은 우리 손에 달렸다"며 "미리 좌절하지 말고 가능성 작은 일부터 실천에 나서면 미래는 바뀔 수 있다"는 '작지만 강한 희망'을 나타냈다. 2만 3,000원.

정민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