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갈등관계인 우크라이나에 강력한 경고장을 보내고 사실상 정권교체를 촉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두 나라가 관계 개선을 이룰 때까지 미하일 주라보프 신임 우크라이나 대사를 파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통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깨뜨리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에너지 분야가 그렇다"며 올해 초 천연가스 분쟁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와 천연가스 채무 협상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자 올해 1월 1일 우크라이나행 가스 공급을 끊었으며 일주일 뒤에는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전면 차단했다.
이에 러시아의 가스 공급에 겨울철 난방을 의존하는 유럽 10여개 국가가 2주 가까이 추위에 떨게 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에너지를 무기로 이용한다'는 격렬한 비난을 받았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의 새 정권은 우리와 관계를 수립할 준비가 되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우크라이나의 정권교체를 원하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는 우크라이나 차기 대선이 내년 1월 17일 예정된 가운데 러시아가 재선 출마를 선언한 유셴코 대통령이 '친 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총리에게 모든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상황을 이용, 압박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04년 '반 러시아, 친 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 러시아와 갈등관계에 돌입했다.
특히 두 나라는 올해 초 유럽행 천연가스관 분쟁을 일으키면서 극도의 대립상태를 지속했다. FT는 "이번 경고서한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다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