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17일] 원칙 없는 복지부

보건복지가족부는 16일 오전 '2009년도 가족친화 인증기업 선정 발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풀무원을 비롯한 21개 기업과 기관이 가족친화 인증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자료가 나온 지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해당과에서는 부랴부랴 기자실을 찾아 자료에 변동 사항이 생겼으니 수정본을 참고해달라며 일일이 기자들에게 설명에 나섰다. 수정본에는 풀무원이 가장 높은 등급인 S등급으로 선정된 내용이 빠져 있었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풀무원이 최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탈세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인증을 미루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가족정책과는 "검찰 수사에서 문제가 없으면 그때 인증서를 줄 것이니 완전히 제외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풀무원 측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풀무원은 지난주 복지부로부터 가족친화 인증기업으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이날 오전 갑작스런 연락을 받고 인증이 보류됐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복지부 방침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면서도 허탈한 모습이다. 그는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없고 설령 문제가 된다 하더라도 검찰 수사와 가족친화기업 인증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행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에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받은 경우' 등에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 풀무원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만약 복지부 주장대로라면 가족친화기업으로 선정돼도 탈세ㆍ횡령 등 법적으로 문제가 된 기업은 선정 자체를 취소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는 게 우선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전 장관은 "전자바우처 사업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복지부 직원을 징계하라"는 정미경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검찰 수사 결과 문제가 있다면 처벌하겠다"고 대답했다. 수사 결과 발표 전까지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풀무원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드러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문제가 있다면 그때 가서 인증을 취소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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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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