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논리적이지 못하다면 그의 위상은 하잘 것 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논리'라는 것이 이자율 인하를 요구한다는 가정하에서.FRB는 미국의 경기둔화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6개월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이자율 인하를 단행했다.
경제성장이 2ㆍ4분기에 정체될 가능성이 있어 또 한번의 이자율 인하 조치가 기대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론 FRB가 경기침체를 견딜 수 있어 이자율 인하 조치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애매모호한 것은 왜 이번 이자율 인하가 올해 이자율 인하중 가장 낮은 폭은 0.25%에 그쳤냐하는 사실이다.
이번주 발표된 소비지 신뢰 지수가 소폭 상승세를 보이는 등 일부 경제 지표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여전히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들은 여전히 음울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산업생산은 침체상태를 지속하고 있는데다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기업수익 악화로 투자가 위축되었고 수출 또한 급감하고 있다.
FRB는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나름대로의 이유를 들고 있다. FRB는 앞으로 몇달 더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장기 경제전망은 밝다고 주장하고 있다.
FRB가 초기에 보여주었던 단호함은 상실했지만 여전히 미국 국민들의 소비 진작을 부추기고 있다. 소비자 지출이 경기를 단기간에 살릴 수 있는 해결책이기 때문.
지난해 정보통신(IT) 산업의 호황이 남겨 둔 버블은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과잉설비로 허덕이게 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증가는 경기를 살릴 수 있을 선택사항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의 하강은 미국이 외부 요인의 도움에 의해 경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잃게 한다.
미국 정부의 공공지출마저 경기 진작을 부추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략에는 두 가지의 명확한 위험이 따른다.
첫번째는 이것이 전혀 가동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 현재 미국 경제는 경기 침체의 징후를 나타내는 요인이 너무나도 많다.
경기 회복이 조만간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들은 수익악화로 대규모 감원조치를 단행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실업률 상승과 소비자 신뢰 저하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증시를 위협함으로써 결국 소비자들의 감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두번째는 이것이 이미 너무나도 잘 가동될 것이라는 것. 소비자들의 낙관론이 커지고 은행 대출이 늘어나면 미국 경제의 균형을 해치지 않고 경제 성장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아래에서는 미국경제의 버블에서 탈출하는 것이 단지 미뤄질 뿐이다.
FRB는 이 두 가지 길에서 중용(中庸)의 길을 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개인소비의 확산이 생산성 증가로 이어져 점차적으로 기업수익, 투자, 수출 등을 진작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있다는 것.
경기침체의 위험이 너무 크다면 0.5%의 이자율인하 조치가 바람직했던 것으로 사료된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취약해 보이며 불확실하다. 그래서 위험 또한 크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즈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