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경영상의 판단 오류에 대한 모든 책임을 면류관 삼아 온 몸으로 아프게 느끼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개발연대에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세계를 누빈 「김우중 신화」의 완전한 조락(凋落)이어서 안타깝다.대우는 해체 전만 하더라도 재계서열이 현대·삼성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었다. 한국경제의 기적을 일궈낸 상징이자 모델이었다.
이제 25개 계열사도 완전 분리돼 매각직전의 운명에 처해 있다. 재벌의 선단식, 방만한 경영이 가져 온 결과다. 비단 대우만이 아니다. 다른 재벌그룹들도 마찬가지다. 빚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이를 담보로 또다시 기업을 인수하는 식의 성장일변도 전략이문제였다. 모래 위에 누각을 짓는 이같은 경영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같은 강진(强震)을 만났을 때 쓰러지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마침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몽드는 金회장의 퇴진과 관련, 지면을 하나를 할애해 특집으로 꾸몄다. 이 신문은 金회장의 창업에서 좌절에 이르기까지의 인생역정을 소개하면서 「金회장의 퇴진은 한국경제의 한 페이지가 끝난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르 몽드는 金회장의 탁월한 경영감각을 평가하면서도 「대마불사」의 신화에 사로잡혀 기업현실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金회장이 글로벌 경영인로서 그만큼 주시의 대상이었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실패한 경영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부채는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와 세금으로 메워줘야 할 상황이 됐다. 대우사태 해결이 우리 경제의 장래를 결정하는 주요한 변수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金회장은 어두운 과거는 자신이 모두 짊어지고 가겠다고 했지만 너무나 무거운 짐을 국민들에게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불구, 국민들은 그의 도전정신, 「하면 된다」는 기업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김우중 신화의 퇴장은 실로 많은 교훈을 우리에게 남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