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007작전 방불케한 김용 세계은행 총재 후보 방한

공항에서부터 숙소까지 미 대사관 직원 호위<br>16일 차기 총재 선출<br>일본 공식 지지 선언

유력한 차기 세계은행 총재 후보자인 김용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이 1일 오후 한국을 찾았다. 김 총장이 첫 모습을 드러낸 인천공항 입국 심사대에서부터 숙소인 롯데호텔까지 한 시간 남짓 걸린 이동 과정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해 그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공항에서부터 김 총장을 호위한 미국 대사관 직원들은 그가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취재진으로부터 철저히 격리시켰고 김 총장 역시 입을 다문 채 숙소로 향했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4시30분께 인천공항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은행 주요 회원국들에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7개국 경청투어를 하고 있는 그는 에티오피아와 중국ㆍ일본을 거쳐 한국을 찾았다.


입국 현장에는 동양인 최초로 세계은행 수장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김 총장을 취재하기 위해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하지만 김 총장은 쏟아지는 질문에 “나중에 말씀 드리겠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짧게 답한 뒤 미리 대기 중이던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 3명과 함께 수속 절차를 밝고 입국 심사대를 빠져나갔다. 당초 E구역으로 나올 예정이었던 김 총장은 F구역으로 나와 미리 대기 중이던 취재진을 따돌린 후 미국 대사관 측에서 준비한 검은색 벤을 타고 숙소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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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5시39분께 호텔에 도착하자 미국 대사관 직원 4~5명이 차에서 나와 엘리베이터까지 통로를 확보했다. 그의 투숙 호텔을 미리 안 서울경제신문 등 2~3개 매체 취재진이 “한국에 온 소감이 어떠냐” “세계은행의 역할에 대해 말해달라”고 질문을 던졌지만 입을 다문 채 방으로 올라갔다.

김 총장은 2일 서울시내의 한 호텔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비공개 조찬 모임을 가진 후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총재가 입국에서부터 숙소에 이르기까지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응하지 않은 것은 총재 선임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국인 한국에서 화제가 되는 것을 피하려는 미 행정부의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은행이 오는 9~11일 후보들에 대한 인터뷰를 거쳐 16일 차기 총재를 선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당초 세계은행이 밝혔던 일정보다 일주일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9일 응고지 오콘 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을 시작으로 10일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콜롬비아 전 재무장관, 11일 김용 총장을 면접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한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찾아 아즈미 준 일본 재무상으로부터 공식 지지를 끌어냈다. 아즈미 준 일본 재무상은 “김 후보자는 에이즈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 훌륭한 인물”이라면서 “그가 세계은행 총재에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나윤석기자 nagija@sed.co.kr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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