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유로화 출범 10년

강세 반갑잖지만… '기축통화' 자리매김<br>글로벌 경기침체속 초강세… 유로권 무역수지 큰 타격<br>전세계 중앙銀 외환보유고중 28% 차지등 위상은 막강<br>"진일보한 유럽 경제통합·금융시스템 안정등 고민해야"


내년 1월 1일로 출범 10주년을 맞는 유로화가 한창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 탄생 이후 유럽이 처음으로 겪는 경기침체의 와중에서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1.3912달러에 거래돼 강세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었지만, 17일 유로화는 장중 한때 유로당 1.4002달러를 기록한 끝에 전날보다 3% 오른 1.4437달러에 거래됐다. 유로 대비 달러화 가치가 3% 하락하는 것은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장중 하루 낙폭으로 최대다. 달러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하를 발표한 전날에도 유로화에 대해 2% 넘게 떨어져 2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 유지와 달러 공급 탓이다. 유로권 국가들은 유로화 강세가 달갑지만은 않다. 구조적으로 유로권의 수출은 줄고 수입이 늘면서 무역수지가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유로권 무역흑자 규모가 줄었다고 18일 보도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 10월 유로권 무역수지는 9억 유로(약 12억6,000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42억유로 흑자보다 훨씬 적은 수치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유럽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준 데다가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영국의 달러ㆍ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유럽인들이 파는 양보다 사는 양이 더 늘어난 것이다. 올 초부터 10월까지 유로권의 수출은 10% 늘어난 반면 수출은 6% 증가에 그쳤다. 이 기간 동안 유로권의 무역적자 규모는 총 245억 유로에 달한다. 이는 유로권의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럽중앙은행(ECB) 통계에 따르면 지난 두달간 유로화의 무역가중 평균환율은 13% 상승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로화 환율이 6% 상승한 것은 ECB가 금리를 1%포인트 올린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유로화의 무역가중 평균환율이 10% 상승하면 유로권 경제성장률이 25bp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한때 유럽 경제성장을 견인하던 독일 기업인들은 요즘 울상이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독일의 기업환경지수는 지난 198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독일의 엔지니어 협회인 VDMA의 올라프 버트만 이코노미스트는 "연초만 해도 독일 제품이 잘 팔려나갔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유로화에 대한 회의론도 여전하다. 특히 경제위기가 심화되면 이 같은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하나의 통화정책이 '누구에게나 맞는 옷'이 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ECB가 기준금리를 4%로 책정한다면 프랑스나 독일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되지만, 그밖의 국가에는 별 효력이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유로화 사용을 재고하기에는 유로화가 거둔 성과가 만만치 않다. 유로화는 출범 6년 만인 지난 2005년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보다도 많이 사용되는 화폐로 등극했다. 올해 3ㆍ4분기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로표시 채권의 규모는 48.5%에 달한다. 달러표시채권은 32.1%에 그쳤다. 2006년에는 유로화 총 발행 가치가 미 달러화 가치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출범 초기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 중 18%를 차지했던 유로화는 이제 28%까지 올라섰다. 월터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중으로 외환보유고 중 30%이상이 유로화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1위인 미국 달러는 71.2%에서 62.5%로 떨어졌다. 3위는 엔화로 2위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이 같은 유로화의 '위력' 덕택에 유로 사용을 포기하는 국가는 나오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유로화의 활약을 두고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유로화는 지난 10년간 큰 성공을 거뒀다"며 "이제 세계의 준비통화로써 확고히 자리잡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라가르드 장관은 또 "유로화가 유럽의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고 칭송했다. 도이체방크의 노베르트 월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신출내기(유로) 치고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유로가 아니었다면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유럽이 더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독일 분데스방크의 한스 티어마이어 총재는 "유로화가 아니었다면 벨기에 같은 소국은 환율 위기를 맞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유로화의 진화를 위해 이전까지와는 다른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유로 출범 초기만 해도 유럽인들은 물가안정이나 인플레이션 억제 등을 걱정했다. 하지만 이제는 보다 진일보한 유럽 경제의 통합과 금융시스템 안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 유럽 정책연구센터(CEPS)의 캐럴 란누 대표는 "유로권은 이제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새로운 재정 규율을 고민해야 한다"며 "지금 유로권은 최종 금융감독을 담당할 초국가적 기구가 없는 상태에서 각국이 너무 많은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화가 유럽 경제통합에 얼마나 일조하느냐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티어마이어 총재는 "유로권 국가들 사이에 경제적ㆍ정치적 협조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유로권 내의 은행에 대한 통합적인 감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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